파키스탄 인권운동 카페 여주인 피살···변호사·교수·기자 잇단 암살 ‘카라치 공포 휩싸여’
[아시아엔=라훌 아이자즈 기자]?“사람들이 사회부조리에 침묵할 때 그 사회는?악화일로를 걷게 될 뿐이다.”?침묵하는 이들 대부분이 마음 속으론 탄압에 반대하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불행히도 파키스탄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선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 한다. 과거 카라치는 ‘빛의 도시’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였다. 늘상 찬란한 빛이 비추었기에 사람들은 “카라치는 잠들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카라치는 잠들지 않는다’. 카라치가 빛나서가 아니라, 이웃 누군가가 밤 사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두려움에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 전인 4월24일, 파키스탄 카라치의 여성인권운동가 사빈 마흐부드는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에서 인권침해 토론회를 주최하고 귀가하던 중 총살을 당했다. 마흐부드는 카라치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의 경영자 중 한명이었다.
마흐부드는 자신의 카페에서 전시회, 토론회, 영화상영회 등을 열고 비평가들을 초대해 사회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그러던 그녀가 바로 그날, 발로치스탄주의 인권탄압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귀가 중 살해당한 것이다.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살해당하는 카라치에서 그녀는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파키스탄에서 인권운동가들이 암살당하는 건 흔한 일이다. 지난 3월엔 파키스탄 빈곤 해결에 앞장서온 사회운동가 파르벤 레흐만(56)이 총살당했다. 이외에도 인권운동가, 사회운동가, 교수, 예술후원가 등 10명가량의?사람들이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했다고 한다.
변호사였던 라시드 레흐만은 신성모독죄로 기소됐고, 조나이드 하피즈 또한 신성모독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피살됐다. 또 파키스탄 유명대학교 교수이자 기자로 활동했던 사이드 와히두르 레흐만 박사가 목숨을 잃었다.
하나의 사회집단이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못하고 대화를 거부할 때, 이런 끔찍한 일들이 발생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집단에 총을 겨누는 것이라면, 이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깝게도 파키스탄 사회는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이제라도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들을 보호하고 인정하기 위해선, 기존의 왜곡된 사회규범에 맞서 도전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 사회, 정치적 극단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