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무능력한’ 정부에서 ‘뭉개는’ 정부로 변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이 후졌다’는 사실에 있다. ‘나라 운영’이 뭔지 모르는 정치인들, 공무원의 얼렁뚱땅 관리감독, 힘있는 자와 돈있는 자들의 봐주기, 온 국민이 합세한 ‘안전 불감증’, 위기시 매뉴얼 부재, 그리고 위기의 순간 내팽개쳐지는 직업윤리…. 그걸 빨리 ‘툭’ 까놔야 한다. 물론 차도를 점거하고 불법 행진을 하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박근혜 물러가라’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후진 대한민국’의 공범(共犯)리스트에서 제외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시아엔=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냉장고에서 병을 꺼내다 놓쳤다.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병. 바닥에 닿기 직전, 발로 받았다. ‘으악’ 비명이 나왔다. 병 하나 깨지는 거 막으려다 발등 뼈가 부서질 뻔했다. 아픈 발등으로 신발을 신으며, 세월호 정국을 떠올렸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356일 째, 우리 정부는 ‘소탐대실’했다. 지키려고 한 것은 대통령의 평판, 잃은 것은 국가의 도리다. 우리는 그 때 나라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게됐다. 전혀 몰랐던 건 아니고, 모두가 공범이기에 대충 알려고 하지 않았던 진실이다. 그러다 ‘대통령의 7시간 공백’ 논란이 퍼지며 마치 대통령이 온전히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듯한 상황이 전개됐다.

‘대형사고→책임소재 추궁→여론 악화→정부책임론 확산→대통령 책임론 귀결’. 정부는 이 모양새만은 피하고 싶어했고, 야당은 이대로 밀어붙이려 했다. 정부는 유족들과 분노한 국민들에게 무한대로 끌려다녔고, 스스로 사실을 밝히거나 새로운 안전 매뉴얼을 만드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을 했을 때보다 나쁜 결과를 낳았다. 그야말로,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작위(作爲)다. 유족 눈치를 살피면서도, ‘잔꾀’는 잔꾀대로 부렸다. 유족들 반발이 뻔한데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보상금액을 공표한 과정이 그렇다. 피해자 가족들의 눈초리도 무섭고, 막상 ‘큰 비리’가 탄로날까 두려운 듯 보인다. ‘무능한’ 정부가 이후 수습 과정에서는 ‘뭉개는’ 정부로 탈바꿈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이 후졌다’는 사실에 있다. ‘나라 운영’이 뭔지 모르는 정치인들, 공무원의 얼렁뚱땅 관리감독, 힘있는 자와 돈있는 자들의 봐주기, 온 국민이 합세한 ‘안전 불감증’, 위기시 매뉴얼 부재, 그리고 위기의 순간 내팽개쳐지는 직업윤리…. 그걸 빨리 ‘툭’ 까놔야 한다. 물론 차도를 점거하고 불법 행진을 하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박근혜 물러가라’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후진 대한민국’의 공범(共犯)리스트에서 제외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호받고, 위로 받아야 할 유족들이 현장의 감독관 비슷하게 됐다. 어느 나라 재난 현장에서 ‘유족’이 사고 수습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사고가 일어나면 유족을 잡고 “얼마나 슬프냐” 카메라를 들이대는 우리 미디어 탓도 있을 것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 산 자가 모든 ‘분노’를 대리행사하는 우리 문화 영향도 있다. 유족에게 ‘정의 칼’을 들라는 사람이 늘어나고, 정부는 ‘피의자’ 대접에서 이제는 아예 ‘가해자’로 불린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 나온 피켓에는 ‘왜 못 구했나’가 아니라 ‘왜 안 구했나’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무능하고, 뭉개는 정부가 사태의 제1원인 제공자다.

대통령이 ‘세월호를 인양하겠다’ 밝힌 것 잘한 일이다.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세월호를 둘러싼 풍경 중 ‘합리’에 맞는 게 있었던가. ‘합리’만이 능사도 아니다. 세월호 인양을 두고 의견이 다른 사람은 서로를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로 삼는다. 나라 꼴이 이렇게 되느니, 나라 빚 느는 게 낫다.

이 정무적 판단이 그저 ‘사건 1주기를 맞은 대중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手)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4월16일 추모제에 참석, ‘얼마나 슬프십니까’ 대신 ‘우리가 무능했다. 대신 이렇게 풀어가겠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물론 뻔뻔하다고 욕 먹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통곡을 한다해도 ‘가식적’이라는 말을 들을 게 뻔하다. “욕 먹을 건 먹고, 벌 줄 사람은 벌주겠다. 나 자신도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지겠다” 이렇게 선언하고, 무능력자 행세를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

세월호 사건 발생부터 작성되기 시작한 정부의 ‘무능(無能)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고 있다. 그날+365일 , 그날+375일, 그날+38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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