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박무웅 속초문화원장의 인생 마무리 지혜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인연(因緣)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연(緣)을 구별할 경우, 예를 들어 씨앗은 나무의 직접적 원인인 인(因)이고 햇빛·공기·수분·온도 등은 간접적 원인인 연(緣)이다.
속초문화원장으로 일하는 ‘돌감자’ 박무웅님은 필자의 이메일을 통해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속초에서 서울까지 ‘덕인회’ 모임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40여년간 ‘돌감자 장학회’를 통하여 수많은 학생들을 도왔고 지금도 속초에서 두루두루 엄청난 공덕을 쌓고 있다.
박무웅 원장이 필자의 ‘시제불교’(是諸佛敎)를 읽고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다. 돌감자 박무웅님을 본받는 것이 인생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분의 편지와 필자의 답장을 공개한다.
덕산 선배님!
여전 하시지요? 지금 새벽 3시예요. 2015년 1월1일, 명대로 살다가 말없이 조용히 죽으면 될 것을 건방지게 죽을 준비를 슬슬 하기로 했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술 잘 마시고, 농사 잘 짓고, 문화원, 서당, 돌감자장학회, 훈장질 열심히 합니다. 다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무궁화 꽃처럼 꽃잎을 예쁘게 오무리고 싶어서 인생의 절리(絶離)를 결심한 것입니다.
1)쓰던 물건 2)하던 일 3)인연된 사람 4)내 마음 등으로 정리해 보려고 해요 그래서 어제는 태어난 동리 선배 15명을 불러 밥 한끼 같이 먹으며 환담을 했습니다.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고 술도 한잔씩 권했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해도 좋을는지요? 선배님! 좋은 의견 주세요! 전 선배님이 그냥 좋아요!
2015년 4월 2일 돌감자 박무웅 합장
“돌감자 박무웅 아우님!
저도 아우님이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 아우님을 존경합니다. 아우님의 훌륭한 삶을 저도 따르겠습니다. 1)쓰던 물건 2)하던 일 3)인연된 사람 4)내 마음 등으로 정리해 보려고 해요.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우님에게 미치지 못하는데 무슨 조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위 4가지 조항에서 빠진 몇 가지를 말씀드려 봅니다.
첫째, 만사를 다 방념(放念)하고 오직 청정일념, 정신통일을 공부삼아 하는 것입니다.
둘째, 유언할 일이 있으면 미리 처결하여 놓으면 재산 때문에 머리 아플 일이 없습니다.
셋째, 평소에 누구에게 원망을 품었거나 원수를 맺은 일이 있으면 풀고 가야 합니다.
넷째, 재색명리나 가족 등에 집착하면 마음 편히 갈 수 없습니다. 집착을 여의시지요.
다섯째, 조금이라도 남은 재산이 있거든 세상을 위해 공덕을 널리 쌓는 것입니다.
아마 이 다섯 가지만 미리 처결해 놓으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생사일여(生死一如)! 바로 해탈과 열반의 경지입니다. 이것이 죽어서 남의 손에 천도(薦度)를 받지 않고, 생전에 자신천도(自身薦度)를 마치는 길입니다. 아셨지요? 우리 그렇게 살다가 갑시다. 언제나 건강 조심하고요, 자주 소통바랍니다.
원기 100년 4월 2일 덕산 합장
우리는 죽으면 좋은 곳으로 가라고 천도재(薦度齋)를 지낸다. 천도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그 영혼이 극락세계로 가도록 염원하고 인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가(靈駕)로 하여금 괴로움을 떠나서 즐거움을 얻게 하고, 악업을 끊고 선업을 짓게 하며, 무명번뇌(無明煩惱)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또한 악한 사람을 착한 사람으로 이끌어 주고, 악도(惡道)에서 선도(善道)로 진급시켜주는 것으로 이를 사십구재(四十九齋)라고도 한다.
일체중생은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필연적으로 윤회를 한다. 그 길이 여섯 가지가 있다. 육도(六道)라 한다. 즉 천도(天道)·인도(人道)·수라(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 이렇게 여섯 가지 길이다.
첫째, 천도는 금생에 수양과 선행을 많이 쌓아 복락을 짓고 죄고(罪苦)가 적은 사람이 다음 생에 태어나는 세계다.
둘째, 인도는 고락과 죄복이 상반(相半)되는 사람이 내생에 태어나는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인생을 고락 상반으로 보는 견해다.
셋째, 수라는 금생에 시기 질투 고민에 가득 찬 사람이 내생에 태어나는 잡귀(雜鬼)의 세계다.
넷째, 축생은 살도음(殺盜淫)같은 중계(重戒)를 범한 사람이 내생에 태어나는 동물의 세계다.
다섯째, 아귀는 탐욕심이 많은 사람이 내생에 태어나는 귀신의 세계다.
여섯째, 지옥은 죄업을 많이 지은 사람이 내생에 태어나는 광명이 없는 암흑과 고통의 세계다.
혜복(慧福)을 많이 지은 사람만이 천상에 태어난다. 보통사람은 인도에 태어나고 그 외의 인간들은 모두 수라, 축생, 아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두렵지 않은가? 죽어서 남의 손을 빌려 좋은 곳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생전에 우리 돌감자 박무웅님처럼 공덕을 많이 지어 자신천도를 다 마치고 마음 편히 떠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