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삼포세대 탈출 10계명, “일기쓰기·친구 만나기·인터넷 줄이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청년들 사이에 삼포세대(三抛世代)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가에는 청춘 특유의 활기와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과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사랑을 고민하던 낭만은 이제 사치에 지나지 않다고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취업도 혼인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한다.
며칠 전 제주도에서 청년 4명이 귀한 생명을 끊었다. 엊그제엔 경주에서 청년 4명이 한꺼번에 차에다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을 했다. 왜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이 연달아 비극의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이것이 다 ‘삼포세대’의 종착역인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어떤 청년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그 시절, 하늘이 도왔는지 귀금속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직장이었다. 금은방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얼굴은 누구 한 명 밝은 사람 없이 절망만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금은방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얼마를 받든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뿐이었다. 그 시절 역시 실업자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감사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서른 살 내외로 보이는 남자가 깔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들어왔다. 정장차림을 하고 있긴 했지만, 왠지 직장인으로 보이진 않았고, 표정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께 걸려온 전화였는데, 끊다가 실수로 그만 카운터 앞에 있던 보석상자를 건드려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재빨리 상자를 원위치 시키고 보석을 살펴보니 귀걸이 하나가 없었다. 직감적으로 그 남자를 쳐다봤는데 잰 걸음으로 상점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귀걸이의 행방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손님. 잠깐만요” 거의 반사적으로 그 손님을 불러, 나가는 걸 막았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심장이 요동을 치면서 뭐부터 해야할 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일단 웃었다.
그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점원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없이 면접을 봤는데 여기만 붙었어요.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만약 여기서 잘린다면 생활이 막막해질 거예요. 선생님은 직장경험이 좀 있어 보이시는데 어떻게 하면 안 잘리는지 조언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 점원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저도 직장에서 정리해고 당한지 며칠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고 절망감에 싸여 있었지요. 그런데 다 아시면서 경찰에 신고는커녕 제 자존심을 지켜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당신같은 분이라면 평생 잘리는 일 없이 직장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점원의 손에 쥐어주고는 나가는 것이었다. 손을 펼쳐보니 그 점원이 찾던 그 귀걸이였다.
삼포세대의 비극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삼보세대 탈출 10계명이 있다.
제 1계명 :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규칙적 시간관념이 없다면 막상 취업해도 시간약속을 못 지킨다. 조만간 취업할 거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은 취업 직전까지도 규칙적이지 못한다.
제 2계명 : 준비만 하지 말고 액션을 취한다. 각종자격증, 영어토익 등이 취업준비를 하면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들어가고자 하는 회사와 부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파고는 것이다.
제 3계명 : 인터넷을 줄인다. 인터넷은 정해진 시간만 해도 괜찮다. 그 대신 자신의 글을 자판에 써보는 것이다. 문장력도 기르고 기획력도 키울 수 있다.
제 4계명 : 책을 많이 읽는다.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백수의 기간은 생각을 넓힐 최고의 시간이다. 직장 들어가면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다. 미리 읽어 남의 경험과 지식, 지혜를 얻어두는 것이다.
제 5계명 : 일기를 쓴다. 하루를 돌아보는 것이다. 나의 상태, 생각, 능력을 글재주를 점검하는 것이다. 일기를 꾸준히 쓴 사람은 면접 볼 때 이미 자기생각이 정리되었기 때문에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제 6계명 :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그널을 세상에 보낸다. 이력서를 잘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최고로 만든다. 그 직장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공식적인 방법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제 7계명 : 잘하는 일을 파악해 둔다. 내가 잘하는 일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직장을 일찍 그만둘 수밖에 없다.
제 8계명 : 주색잡기를 끊는다. 주색잡기는 정말 안 좋은 습관이다. 사람이 추해보인다. 그리고 요즘 회사에서는 담배, 술 안하는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더 주는 경향이 있다.
제 9계명 : 친구를 많이 만난다. 직장 없다고 친구를 멀리하면 절대 안 된다. 항상 친구를 만나고 대화하는 게 좋다. 혼자 고립되면 자신감을 상실할 뿐 아니라 인간감각을 상실할 위험성이 있다.
제 10계명: 긍정의 힘을 믿는다. 실업율이 높다느니, 취업이 심각하다느니, 이런 것만 생각하면 안된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은 있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것이다.
고난 없는 승리는 없다. 청춘은 누구나 아픈 것이다. 우리 젊은 시절에도 취업은 어려웠다. 그래도 사랑과 낭만이 있었다. 혼인하여 단칸 사글세방에서 아들 딸 잘 낳고 이만큼 살아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인생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이 삼포세대의 비극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그냥 부딪혀 보라. 험한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먹구름 지나면 찬란한 햇살도 내려쬐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