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이 사랑해주는 한사람만 있다면…

주변사람과 ‘좋은 관계 맺기’ 통해 ‘행복에너지’ 창출

[아시아엔=김인자 한국심리상담연구소장] 2014년은 유난히 군부대 안에서 각종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군인들은 대한민국의 국방을 위해 역사적인 사명을 띠고 특별한 군 조직 환경에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면서도, 인간적인 개인성장과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계평화 달성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을 확인하고 그 책임을 기쁘게 완수하고 있다. 필자는 60여년간 배우고 가르치고 살아내는 방법, 즉 의사소통기술, 현실치료, 긍정심리학의 철학과 이론을 근거로 특히 군인들이 행복에너지를 높일방안에 대해 진솔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대전제는 우리 모두는 관계를 통해 태어났고, 끊임없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맞게 된다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한 장병이 갑자기 이성친구로부터 연락이 끊겼다. 외아들인 자신이 입대 후, 집으로부터 홀어머니가 몹시 어렵게 투병하고 계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사관의 업무처리 과정에 대해 짜증이 난다. 또는 고참병이 잘못된 상황이 벌어지면 언제나 책임을 내 탓으로 돌려 단체기합을 받게 한다는 등등…. 최근 본 연구소팀이 군 사단 교육을 하면서 확인한 갈등들이다.

어떻게 할까? 그 해결방법을 찾아나서 보자.

첫째, 환경조건이나 주변사람들을 바꾸어 내 자신이나 군 집단의 행복에너지를 증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선택이론과 현실치료에 근거한다면 내가 그 환경조건에 대한 반응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둘째, 갈등문제나 그 갈등으로 불편해진 사람 생각이 날 때마나 무엇이라도 작은 긍정적 활동 하나를 즉시 시작해서 그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나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인사하기’, 하루 세 번 ‘작은 것이라도 이웃을 배려해서 도와주기’ 같은 것을 한다. 여기에서 힘을 받아서 엄청난 창의성이 발동된다.

갈등의 원인을 찾거나 상대방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이미 유행이 지난 문제해결 방식이다. 대신 불편한 상대방이나 환경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어 보면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바뀌고 내 행동도 바뀌게 된다. 마침내 본래의 환경과 세상도 바뀐다는 놀라운 연구도 많다.

흔히들 ‘행복’ 하면 물리적·환경적인 요인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행복이나 안전도 좋은 시설, 안전요원, 먹거리나 놀이기구 등을 우선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행복이나 안전을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정서적인 부(富)를 보장해주는 것 즉, 주변인들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행복에너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먼저, 주변 사람들 즉 가족, 사회 선배, 동료, 후배들이 조건 없이 서로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의사소통기술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카우와이섬이라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1945년부터 성장한 30세 된 청년들이 긍정적 삶의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에이미 워너스의 연구가 있다. 그에 따르면 주변 환경보다 단 한사람이라도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보내며 섬 주민들로 하여금 긍정적 정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했더니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는 것이다.

셋째, 모든 성장과 행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청결한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사랑, 협동, 공동체의식, 창의성 창출, 행복과 건강 등 매우 소중한 가치에 대해 우리는 실제로 가볍게 여기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을 증명한 연구도 있다. 1980년대 뉴욕의 지하철역마다 난잡하게 그려진 벽그림을 지웠더니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깨진 유리창 효과’ 이론이 좋은 사례다. 당시 퇴임교수 몇 명이 지하철 청결운동을 실천함으로써 범죄가 75%가량 줄었다고 한다.

IMG_9782

필자는 1960년대부터 서강대에서 ‘좋은 관계 맺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청주 양업고등학교에서 부모·교사·학생을 대상으로 ‘심(心)테크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교장은, 학교 흡연실을 만들어 주고 그 청소를 휴식시간 때마다 손수 했다. 부모와 교사들은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배웠다. 그 결과, 학생들이 스스로 행동 선택을 하여 양업고는 금연학교가 되었다. 그뿐 아니다. 기숙사 방 관리, 학교 규칙 만들고 지키기, 자율 학습 등을 모두 학생들끼리 스스로 행동규칙을 제정해 지키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청소년성장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지도한 학생은 8118명(637집단)이다. 폭력 대신 ‘좋은 관계 맺기’를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언제 어떻게 듣고 말하는 것이 좋은지를 학생들 스스로 찾아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군대폭력 등 모든 유형의 폭력에 대해 이를 치료하는데 드는 예산과 에너지의 10분의 1만 좋은 관계 맺기에 투자해 예방한다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윌리암 글라써는 이미 1960년대부터 주장했다. 그는 “좋은 관계 맺기는 상호성장의 가장 좋은 계기가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일상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가능하지만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제때에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은 불안해 하며 홀로 또는 무리를 지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다. 폭력은 자기 욕구 충족을 위한 반응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갇힌 공간’ 군대폭력에도 효과
갇힌 공간이라는 군대의 특성은 어떤 면에선 폭력문제 해결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자유분방하던 일반 사회에서 지내던 군인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상하관계의 보이지 않는 위계의 공포를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 사회에서 누군가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면 내 얘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면 그는 불안과 위기감에서 금세 벗어날 수 있다. 대신 본래의 자유롭던 의식상태를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갖고 제대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필자는 수년간 군 부대 방문과 군인들에 대한 심층면접과 교육을 통해 확인했다.

따뜻한 지지를 해주는 그 단 한 사람, 바로 당신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매우 쉽다. 믿음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