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출생지는 네팔 룸비니” 62시간 생방송 토론
네팔 방송인 라비 라마찬 뉴스24TV 출연…기네스북 올라
전세계 3억5천만 불교신자들에 평화의 빛을 선사한 부처님 싯다르타 고타마(Siddhartha Gautama)는 기원전 6세기경 현 네팔 영토인 룸비니(Lumbini)에서 태어났다. 불교 4대성지 중 하나인 룸비니는 1997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최근 룸비니는 네팔 정부와 룸비니개발신탁(Lumbini Development Trust)의 지원에 힘입어 ‘룸비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히말라야 남부에 자리잡은 샤캬(석가, Shakya)족의 왕족이자 카필라바스투(Kapilavastu)국의 슈도다나(Suddhodana) 왕과 마야 데비(Maya Devi) 왕비 슬하에는 오랫동안 왕자가 없었다. 어느 날, 마야 데비 왕비는 기이한 꿈을 꿨다. 먼 하늘에서 빛이 내리고 성스러운 구름 속에서 6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내려온 것이다. 흰 코끼리는 왕비 앞에 멈춰 절하고 왕비의 옆구리로 들어왔다. 꿈에서 깬 왕비는 아이를 갖게 됐음을 알게 됐다. 왕비는 출산일이 다가오자 당시 관습에 따라 아기를 낳기 위해 고향 데바다하(Devadaha)로 향했다. 친정으로 향하던 도중 왕비 일행은 룸비니를 지났고, 그녀는 룸비니 동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다 산기를 느껴 사라수(沙羅樹)가지를 붙잡고 싯다르타를 낳는다.
29년간 카필라바스투에서 거주하던 싯다르타는 부인과 아들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出家)했다. 싯다르타는 35살이 되던 해 부다가야(Buddhagaya)의 보리수(菩提樹)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진리를 깨닫고 다섯 수행자를 제자로 삼아 교조(敎祖)·교리(敎理)·교단(敎團)을 갖춰 이를 전파했다. 그는 인도 동북부 지방과 네팔에 위치해 있던 마가다 제국(Magadha Empire)을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했고, 80세에 쿠시나가르(Kushinagar)에서 열반에 이르렀다.
인도 최초의 통일국가인 마우리아 제국(Maurya Empire)의 제3대 왕이자 독실한 불교신자인 아쇼카(Ashoka) 왕은 기원전 249년 룸비니를 방문해 아래와 같은 문구가 새겨진 석주를 세웠다.
신들(devas)의 사랑을 받는 피야다시(Piyadasi) 왕(아소카)이 재위 20년에 친히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을 방문하다. 박가범(스승, 세존)이 태어난 곳에 돌난간을 만들고 석주를 세우다. 룸비니 마을의 세금을 감면하고 (소출의) 8분의1만 바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아쇼카 왕이 세운 석주는 룸비니가 부처의 탄생지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4세기 위진남북조 시대엔 중국의 승려 법현이, 7세기 당나라의 고승 현장도 성지 룸비니를 순례했다는 기록이 있다. 14세기 초 현 네팔에 위치해있던 도티(Doti) 왕국의 리푸 말라(Ripu Malla) 왕도 룸비니를 찾아 아쇼카 왕이 세운 석주에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수세기 동안 성지순례는 뜸해졌고, 룸비니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룸비니는 1896년 독일의 고고학자 포이러(Alois Anton Feuhrer)가 아쇼카 왕의 석주를 발견하면서 재조명 받게 된다. 룸비니는 석주 이외에도 부처와 그의 모친 마야 데비 왕비와 연관된 유적과 유물들을 품고 있다. 석가모니의 모친 마야 데비 왕비를 기리는 사원과 사원 남쪽에 왕비가 목욕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푸스카르니(Puskarni) 연못은 불교신자들에 이미 잘 알려진 명소다. 1996년엔 한 고고학자가 BC 249년 아쇼카 왕이 싯다르타의?정확한 탄생지를 표시하기 위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흠 없는 돌(flawless stone)’을 발견했다.
사실 룸비니는 인도-네팔 사이의 뜨거운 감자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을 당시 영국의 학자들이 부처의 출생지를 인도로 오기했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이를 바로잡으려 100 루피 화폐에 ‘부처의 출생지 룸비니’란 문구를 넣어 발행하기도 했다. 룸비니를 둘러싼 신경전은 양국민 사이에서도 치열했다. 2013년, 네팔의 전 방송기자 라비 라미찬(Rabi Lamichhane)은 네팔 뉴스24TV의 토크쇼에 출연해 4월11일부터 13일까지 장장 62시간12분 동안 부처님이 네팔 영토인 룸비니에서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토크쇼’의 출연자로 등재된 명사가 됐다.
올해 초 네팔 남부 틸라우라코트에서 로빈 코닝햄(Robin Coningham) 영국 더햄대학(Durham University) 교수와 영국·네팔 합동탐사팀이 부처의 부친 슈도다나의 왕궁터를 발견하며 부처가 네팔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불교가 인도 왕조인 마우리아 때 널리 전파됐다는 점에서 ‘불교의 근원지’가 인도란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부처의 출생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가 남긴 가르침은 지금도 인류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