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산업화가 네팔 롤모델

싱 라마 주한 네팔 대사 인터뷰…”한국 수자원 관리 인상적”
“한국서 일하는 2만5천 네팔 근로자 양국경제에 큰 도움”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 같아요.”

한국에 온 지 반년 밖에 안 됐지만 꺼만 싱 라마 주한 네팔대사에게 한국은 그만큼 친밀한 나라다. 양국 모두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불교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운동가 출신의 그는 네팔의 정치발전을 위해 6개월 이상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인권운동가이자 정치가에서 이제는 주한네팔대사로서 한국-네팔 간 교류에 힘쓰고 있다.

아시아엔은 17일 서울 성북동 주한네팔대사관에서 꺼만 싱 라마 주한네팔대사를 만났다. 인터뷰는 아시아엔 중문판 담당 왕치 기자, 리고 로베르토 영문판 담당 기자, 그리고 필자가 함께 했다. 라마 대사는 아시아엔 기자 일행을 밝은 미소로 맞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서울의 한강이 가장 인상 깊었다. 네팔과 달리 한국은 한강의 이점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선진화된 수자원 관리뿐만 아니라, 강을 이용한 수력발전도 인상 깊다. 네팔이 한국에 배워야할 부분이다. 네팔의 경우, 히말라야 산맥에서 흐르는 6천여 개의 강줄기가 있다. 현재 전력부족난을 겪고 있는 네팔에서 고도차를 이용해 수력발전이 가능하지만, 아직 개발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 주한 네팔대사관에서는 특히 네팔의 수자원(강) 관리와 수력발전 계획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

2006년 네팔은 입헌군주제에서 연방공화국을 맞이하는 대전환기를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네팔 국민들은 평화적으로 군주제를 개혁하고 공화국을 선언하기를 원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네팔은 과도정부 하에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601명의 입법위원에게 새로운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권한을 주었다. 이로써 새 헌법 제정이 매우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2015년 1월22일 안에 새 헌법이 선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팔은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국가여서 국민통합과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 새 헌법은 이러한 점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시아의 지역통합을 위한 네팔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14억의 인구를 지니며 세계에서 5번째로 인구가 많은 남아시아는 경제적으로는 아직 약소국가다. 남아시아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1985년부터 남아시아 지역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사무국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다. 오는 22~25일 카트만두에서 제18차 SAARC 정상회의가 열린다. 남아시아 지역통합이 성큼성큼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네팔의 무한한 수력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남아시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AARC 이외에도 남아시아우선무역협정(SAPTA)과 남아시아자유무역협정(SAFTA)을 통해 지역경제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교와 연계된 관광사업이 네팔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부처님이 탄생하신 성지 룸비니(Lumbini)를 홍보하고 있다. 룸비니는 부처가 탄생하신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네팔만의 고지(高地)풍경과 울창한 푸른 숲이 매우 매력적이다. 룸비니를 방문한다면, 네팔의 문화적 다양성과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는 건축물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내 네팔 이주민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네팔의 오랜 경제파트너다. 한국과 네팔은 지속적인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네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네팔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이민자 수는 대략 2만5천여명으로 특히 중소기업과 농업 분야에서 많은 네팔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다. 이렇게 네팔 사람들이 벌어들인 한화는 네팔의 빈곤지수를 낮춰주면서, 네팔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네팔 이민자의 노동력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네팔과 한국이 수교한지 40년이 되었다.
네팔의 우편(右便) 즉 중국대륙을 건너면 바로 한국이 있다. 그만큼 한국은 가까운 나라다. 또 한국과 네팔은 모두 불교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세계관도 비슷하다. 한국인은 IT혁신을 이끌며 삼성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앞으로 네팔이 한국에게 배워야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네팔과 한국기업 간 MOU 체결이 늘어나는 등 양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양국의 교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오후 1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3시간 가까이 계속 됐다. 아시아엔 기자 일행은 “나마스테~!” 하며 배웅하는 대사와 재회를 약속하며 대사관을 나섰다. 친절하면서 힘찬 목소리가 과도기에 놓인 네팔의 미래를 활짝 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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