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상당수는 검은머리 외국인”
이상직 의원 추정 “5명 중 1명 조세회피처서 투자”
[아시아엔=강준호 기자] 국내 증시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 5명 중 1명은 세금을 회피하려고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는 투자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내국인이 외국인으로 둔갑한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케이만군도 등 55개 조세회피지역 소재 투자자 수(개인·법인 포함)는 76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에 등록한 외국인 투자자 3만8437명의 약 20% 달하는 수준이다.
투자자 수와 비중은 케이만군도가 2944명으로 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룩셈부르크가 1525명, 4.0%로 뒤를 이었다.
이어 홍콩 859명(2.2%), 영국령 버진제도 748명(1.9%), 버뮤다 342명(0.9%) 등의 순이었다. 기타 조세회피 지역에 근거를 둔 투자자 수도 1208명(3.1%)에 이른다.
이들 조세회피처 소재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은 모두 46조7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인 424조2000억원의 11%로 나타났다.
투자금액과 비중으로는 룩셈부르크 소재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액이 25조1960억원(5.9%)으로 가장 많았다.
케이만군도와 홍콩이 각각 8조6970억원(2.1%)와 5조6490억원(1.3%)으로 2∼3위를 차지했으며 버뮤다 3조1910억원(0.8%), 기타 조세회피 지역 2조4490억원(0.6%), 영국령 버진제도 1조4870억원(0.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 측은 이들 조세회피처 소재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 상당수는 실제 외국인이 아닌 세금 회피 등을 목적으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다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내국인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총수가 있는 40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해외법인 중 10대 조세회피처 지역에 주소를 둔 법인은 86개사로, 1년 전보다 59.3%(32개사) 늘어났다.
전 세계 10대 조세회피처로는 케이만군도와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버뮤다, 라부안(말레이시아), 모리셔스, 키프로스, 스위스, 마셜군도, 바베이도스 등이다.
이 의원은 “내국인이 외국인으로 둔갑해 국내 증시에서 차익을 얻고 양도세·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