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한항공 등 대기업 SPC에 6조5000억 대출
[아시아엔=진용준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계열사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 대기업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SPC)에 수조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대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251개 SPC에 총 6조5037억원을 대출했다.
이는 지난 6년간 산업은행의 외화대출 규모(28조8804억원)의 23%에 달하는 금액이다.
산은은 현대글로비스가 파나마와 마셜제도에 세운 21개 SPC에 총 3556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어 대한항공이 케이만군도와 파나마에 설립한 20개의 SPC에 8305억원, 한진해운이 파나마에 세운 28개 SPC에 8602억원을 빌려줬다.
아시아나항공이 케이멘군도에 설립한 SPC에는 619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같은 대출방식은 전형적인 선박·해운금융 형태다.
기업들은 조세회피처에 SPC를 설립하고 산은은 SPC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직 의원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기는 하지만 조세회피처에 SPC를 설립하는 기업들에 대한 역외탈세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용선계약 등 사용계약이 끝난 뒤 산은에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서 선박이나 항공기를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 취득세 감면 등 조세포탈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이러한 대출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해 5월 선박·해운업계의 조세회피처 SPC 선박등록을 통한 운항수입 해외 은닉 등을 조세회피처 불법자본유출 유형중 하나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