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교회 장로’라는 자리
옛말에 “중 벼슬 닭 벼슬 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종교계의 벼슬이 닭 벼슬만도 못하다는 말이다. 요즘 심심치 않게 기독교에서 목사님과 장로님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교계를 시끄럽게 하는 모양이다.
사실 어느 교회의 난투극은 뿌리 깊은 갈등의 소산이라고 한다. 교회 원로목사가 물러나고 후임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 90여명에 달하는 장로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이 빚어졌다. 다 돈 때문이다. 돈이 아니면 누가 그러한 싸움판에 흙탕물 먹어가며 싸우고 그런 자리에 미련을 두겠는가?
대형교회는 돈이 많은가 보다. 담임목사, 부목사나 장로들이 감투와 자리를 욕심내고, 쫓겨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다 돈이 결부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목사님이 사역(使役)을 하는 동안 주택을 제공받고 매월 생활비(월급)조로 7200만원을 준다는 말이 있다. 아니 그 보다 더 주는 교회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 좋은 자리를 지키려고 분쟁이 나지 않겠는가?
그럼 목사님들과 갈등을 빚는 장로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장로는 개신교에서 평신도 중 최고의 위치다. 본래 칼뱅이 창시한 장로교에만 존재하는 직책이었다. 다른 개신교 교단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유독 장로교 이외의 교단에서도 장로란 직책이 존재한다. 이는 한국에서 장로교가 다른 교단에 비해 유달리 잘 나가기도 하고, 또 장로교 조직이 다른 교단보다 잘 발달해있기 때문에 타 교단이 벤치마킹 한 결과라고 한다.
첫째, 장로는 신자의 대표다. 이 말은 교인들을 마주보고 섬기는 목회자와 나란히 하여 목회 사역에 동역하라고 선출된 일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신자의 대표라는 말을 업고 목회자에게 마주서서 신자의 의견을 대변하고 목회자를 견제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목사와 긴장관계를 갖고 있는 장로들이 적지 않다.
둘째, 장로는 교인들의 영적 상황과 도덕적인 문제를 취급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장로가 본연의 직무보다는 집사들의 직무인 신자들의 육신 및 물질적 문제와 관련된 일을 직접 하려고 한다. 그렇지는 않으면 집사들이 하는 일을 감독하고 심지어 지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집사의 직무와 사역이 축소될 뿐 아니라 장로와 집사 사이에 수직적 계급관계가 있는 것 같이 인식된다.
셋째, 장로는 신자들을 섬기고 보살피는 자리다. 그런데 오히려 섬김을 받고 다스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 것으로 행동한다. 권위주의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된 장로들이 적지 않다. 장로가 교인의 집을 심방하여 희로애락을 같이 하기보다는 특별히 치장된 당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일과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일에 더 몰두한다. 그리고 교인을 위하여 기도하기보다는 감독하고 지시하려는 경우도 많다.
그럼 교회 장로는 어떤 자리일까? 어떤 교회에서는 장로자리를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도 벌어진다. 돈 없으면 장로 되기도 힘들고 장로 축에도 끼이지 못한다. 장로가 되면 존경도 받고 역할도 생긴다.
첫째, 장로는 ‘계급’이 아닌 ‘역할’이다. 교회 내 직분은 다양하다. 각종 직분은 교회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 중 ‘장로’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인간의 영적인 부분을 다루는 교회는 장로를 통해 신도에 대한 신앙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각종 일을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이다.
둘째, 교인이 수천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를 보자. 체계적 시스템이나 탁월한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천명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모만으로 보면 웬만한 대기업 수준의 행정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 구조 속에 ‘장로’는 상당한 중직이다. 장로는 각종 행정과 수억원의 예산 및 헌금운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달리 보면 대형교회의 장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갖는 것이다.
셋째, 장로는 투표로 뽑는다. 장로 선발은 교단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동의회(교회에 정식 등록된 일반 교인들의 의회)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목회자 및 장로 당회에서 후보를 선발하고, 이를 공동의회에 알리면 교인들이 투표로 뽑는다. 보통 임기는 5년~10년 정도. 그러나 일반 교인 입장에선 장로 후보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교회를 믿고 형식적인 투표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필자 역시 원불교 교단 내에서 오랜 동안 여러 직분을 맡아 헌신해 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금전 때문에 문제가 있어 본 적이 없다, 원불교의 성직자를 ‘교무(敎務)’라고 부른다. 보수는 월급도 아닌 ‘용금(用金)’이라고 한다. 용돈도 안 되는 월 30여만원 정도를 드리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재가임원(在家任員)들은 그나마도 없다. 다 자기 돈 써 가며 봉사를 하고 헌신을 하는 것이다.
성직자가 돈을 주무르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끝없이 서로 끌어내려고 풍파가 잘 날이 없다. 언제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물질을 가지고 중생을 구원하셨던가? 닭 벼슬만도 못한 것이 종교가의 감투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모름지기 성직에 임하는 분들은 물질을 떠나 맨발로 뛰는 교조(敎祖) 정신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성직은 군림하면 타락한다. 섬기라고 있는 것이다.
[기획]교회장로, 권력인가 섬김인가
장로 되면 각종 행정 및 예산운용 참여
‘성경’ 선발 기준 불구 외적 요인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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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4/06/09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4/06/08 16:26
교회 장로는 어떤 자리일까. 어떤 교회에서는 그 자리를 얻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도 벌어진다. 장로가 되면 존경도 받고 역할도 생긴다. 장로 자리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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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기도회의 모습.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한국 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기도회의 모습.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교회에 대한 경제적 지원 ‘부담’ 되기도
권위적 직분이 때론 교회 분쟁도 불러
오늘날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점점 낮아지고, 교회의 각종 문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회 직분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 중 평신도 최고 직급인 ‘장로’라는 직책의 역할과 의미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장로직분 ‘계급’ 아닌 ‘역할’
교회 내 직분은 다양하다.
여러 역할로 구분되는 각종 직분은 교회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 중 ‘장로’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인간의 영적인 부분을 다루는 교회는 장로를 통해 신도에 대한 신앙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회의 각종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이다.
장로는 목사와 함께 교회 내 주요 사안 등을 결정하고 각종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장로’는 위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런 이유로 장로는 일반 교인 중 특정한 직급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오늘날 개신교에서는 장로 개념이 변질 또는 왜곡된 경우도 있어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교회 내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는 장로가 되기 위해 종종 치열한 물밑 경쟁도 벌어지는데 이는 각종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교회 장로’는 무엇일까. 장로는 직분으로서의 ‘계급’이 아닌, ‘역할’로서의 관점에서 보는 게 옳다.
◆장로 제도의 현실
교인이 수천 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를 보자.
체계적 시스템이나 탁월한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천 명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모만으로 보면 웬만한 ‘대기업’ 수준의 행정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 구조 속에 ‘장로’라는 직분은 상당한 중직인 셈이다.
각종 행정과 수백만 달러의 예산 및 헌금운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권위를 갖게 된다. 달리 보면 대형교회의 장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갖는 셈이다.
LA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5년간 시무장로로 일했던 김형주 씨는 “장로로서 교회 일에 직접 관여하다 보면 담임목사와 함께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교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고 실질적인 행정 결정 등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자리”고 전했다.
특히 한인교계는 상하 관계를 통한 유교문화에 익숙한데다, 담임목사와 당회(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결 기구)의 권위가 강하기 때문에 보통 장로는 50대 이상의 연령대가 주를 이룬다.
교회 규모가 작아도 ‘장로’ 업무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장로로서 교회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100여 명의 교인이 등록된 롱비치 지역 한 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는 심모 씨는 “아직 미자립 교회라서 건물을 급히 옮겨야 하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장로들이 나서서 ‘헌금’ 명목으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기쁜 마음으로 내지만 때론 그것이 부담이 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장로는 투표로 뽑지만…
장로 선발은 교단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동의회(교회에 정식 등록된 일반 교인들의 의회) 투표를 통해 장로 선발이 이루어진다.
우선 목회자 및 장로 당회에서 후보를 선발하고, 이를 공동의회에 알리면 교인들이 투표로 뽑는 방식이다. 보통 장로 임기는 5년~10년 정도다. 원칙적으로 교회는 개신교가 기준 삼는 ‘성경’을 근거로 장로 선발 기준에 대한 원칙을 따르지만, 현실상 연령, 사회적 위치, 대외적 이미지 등 외적인 요소들이 선발에 영향을 미친다.
교인 유정민(43)씨는 “사실 일반 교인 입장에선 장로 후보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냥 교회를 믿고 형식적인 투표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대니 진(34)씨는 “‘장로’ 하면 상당히 권위적이고 교회에서 한자리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오늘날 교회들이 장로 직분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고, 요즘 교회 분쟁들을 봐도 장로 간의 세력다툼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3월 동양선교교회 박형은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이민 교계는 직분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사회적 지위를 찾는 공동체로 교회만한 게 없었다”며 직분자를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원래 목사도 장로 중 하나”
◆장로 직분의 올바른 이해 필요…현실 인식은 성경과 크게 달라
한인교계의 그릇된 인식 중 하나는 ‘목사’와 ‘장로’에 대한 개념을 특별히 차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장로’는 교회 내 신자들의 대표자다. 대신 이러한 대표성은 위치적으로의 ‘높음’이 아닌, 직분으로서의 역할 차이로 봐야 한다.
개신교의 각 교단은 성경을 통해 장로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는데, 보통 장로는 교회의 각종 일을 성경을 기준 삼아 처리하는 사람으로 ▶교회 영적 상황을 돌봐야 함 ▶성경 적 교리에 능통해야 함 ▶신자들이 설교와 교훈을 잘 이해하는지 확인하고 도와야 함 ▶교회에 성경 적 모범을 보여야 함 ▶신자들을 성경으로 권면 또는 권징할 수 있어야 함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교회가 점차 양적으로 성장하고 장로제도의 기능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직급에 대한 분담 또는 구분을 통해 장로 제도에 목사와 같은 ‘성직’ 개념이 도입됐다.
엄밀히 말하면 목사는 ‘장로’로 보는 게 맞다. 즉 가르치는 장로인 셈이다. 교인들을 성경으로 가르치고 설교를 통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미국 유명 목회자인 존 맥아더 목사는 “나는 수많은 장로(elder) 중 한 명으로서 가르치는 것을 담당하고 있으며, 성경으로 성도를 교육하는 것 외에는 어떤 권위도 내세울 수 없다”며 “오늘날 ‘목사(pastor)’로 불리다 보니 대외적으로 나를 소개할 때는 ‘교육 목사(teaching pastor)’로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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