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평생 ‘노란 리본’ 가슴에···

그날, 여느 평범한 하루처럼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한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속보를 보여줬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이 탄 여객선이 침몰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였다. 이날 밤, 뉴스를 보는 내내 제발 1명이라도 더 구조되길 마음속으로 빌었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자 숫자만 늘어났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보름 후 안산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곳서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 영정사진을 보면서 이들이 살아있었으면 느꼈을 행복이 사라진 것에 분노했다.

대한민국 곳곳에 노란 리본이 국민들 가슴속에 자리잡았다. 노란 리본은 2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며 달았던 데서 유래했단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리본을 다는 ‘작은 움직임’이 세월호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 ‘큰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우리는 일어난 사고 앞에 기적만을 바라왔다. 너무도 무기력하게 말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선박을 개조해 과적을 일삼은 청해진해운과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자기들 살길만 찾은 승무원들에게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의 책임은 이들에게만 있지 않다. ‘전원구조’ 오보로 구조작업을 지연시킨 언론, 복원력을 상실한 배를 안전하다고 출항을 승인했던 당국, 사건발생 초기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해 270명 아이들의 죽음에 속수무책인 정부와 우리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세월호 사건이 한 달 조금 지난 5월19일 아침,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월호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청계천 일대를 가득 메운 채 추모하던 국민들, 분향소를 찾은 200만 국민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따라 죽어간 착한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행동하겠다. 기적만을 바라며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지난 날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이 보장된 사회, 기적이 필요없는 사회. 우리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 바로! 이 길 만이 꽃다운 나이에 진도 앞바다서 숨져간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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