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착한부자] (1) 비상장주식도 양도소득세 내야하나?

[이상현의 착한부자] (1) 비상장주식도 양도소득세 내야하나?

비상장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남겼다면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비상장주식을 판 사람이라면 크든 작든 기업의 대주주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벤처기업 창업주로서 회사를 키워 다른 사람에게 회사 지분을 넘긴 자산가일 것이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다.

오늘날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인재를 꿈꾼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와 스티브 잡스(애플), 주커 버그(페이스북), 비즈스톤(트위터), 제프 와이너(링크드인),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피터 디엘(페이팔) 등이 대표적인 역할 모델이다.
한국에서 2008~2010년 3년간 양도소득세가 부과된 주식양도소득총액은 17조 6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5.7%는 건당 주식양도소득이 5억원이 넘는 경우였다. 주식양도소득이 1억~5억원 구간은 10%, 1억원 이하는 4.3%에 불과했다. 더욱이 주식양도소득이 5억이 넘는 경우 건당 양도소득금액은 29억4000만원으로 밝혀졌다. 주식양도소득이 부유층의 대표적인 재산증식수단임이 입증된 것이다.

비상장주식을 팔아 거둔 양도차익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세 대상이다. 상장주식의 경우 대주주의 주식거래에만 양도세를 물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대주주의 기준은 ‘지분율 3%’ 또는 ‘시가 100억원 이상’으로 매우 높다. “이런 세법대로라면 한국에서 주식양도차익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3000명 이내”라는 분석이 나올 법하다.

지난 2000년 비상장주식 양도차익을 속여 세금을 회피하려다가 양도소득세 1억3000만원을 추징당한 A씨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주식양도차익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는 3000명 안에 드는 동시에 주식양도세소득이 5억원이 넘는 부류(85.7%)에도 속한다. 벤처창업주로서 벤처기업 지분을 팔아 거부가 되려는 꿈을 키우고 있는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3가지 이유에서 A씨의 사례를 눈여겨 봐둬야 한다.

우선, 현재 근로소득이 연간 5000만원을 넘지 못하면서 연간 수억원의 비상장주식 양도차익을 거두는 사람이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미리 따져보라는 의미가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취업을 못한 젊은이로부터 대기업에 다니는 대리 이하의 젊은이들이 모두 같은 처지로 분류된다는 점은 늘 흥미롭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처지의 젊은이들은 단 한번도 1000만원의 세금도 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1000만원이라는 세금은 부동산 같은 재산을 매입하거나 A씨처럼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뒀을 때 낼 수 있는 세금이다.

둘째, 생애 최초로 1000만원의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생애 최초로 그보다 몇 배가 많은 소득과 재산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기(혹은 세금을 깎기) 위해 고심하는 시간은 이들이 한국의 시스템을 깨닫고 인정해서 뼛속 깊이 새기는 시간이라고 보면 대체로 무리가 없다. 이들은 이 기간 ‘성숙한’ 그리고 ‘착한’ 부자로 다시 태어난다. 얼마나 어렵게 번 돈인데, 그 중 몇 십 퍼센트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순간을 맞는 그들이다. 얼마나 아까운가. “그렇게 많이 벌었는데 뭘 그걸 아깝다고 난리를 치냐?”고 말한다면, 100% 당신은 그들의 입장이 돼 보지 못한 사람이다.

살점을 떼주는 것과 같이 세금을 내고 나면, 이들은 자신들이 공동체를 부양하는 실질적 기여자임을 깨닫고 뿌듯해 한다. 또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룰(rule)에 의해 굴러가는 한국사회의 시스템과 원리를 몸소 체험한 ‘희열’을 좀처럼 잊지 못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처럼 또 지금처럼 룰에 의해 국가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굳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착한 부자’가 아니고 뭔가.

셋째, 그가 비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냈던 14년 전(2000년)과 작년(2013년) 비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진보진영에서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보수진영에서는 “주식시장을 위축시켜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근거로 반대를 각각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재정이 어려워 소액주주까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시도하자는 주장으로 잠시 술렁였지만, 금세 잦아들었다. 이런 일시적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지만, 제도 자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유층의 대표적 재산증식 수단이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부유층들이 어떻게 관료사회와 정치인들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지, 이런 기득권을 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개인주식투자자에 대해서도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다만, 손실에 대해서는 과세소득에서 감면해주고 있다.

[착한부자 워크숍] A씨의 비상장주식 세금추징 사연

지난 2000년 당시 액면가를 훨씬 상회하는 값어치의 W社 비상장주식을 ‘액면가에 팔았다’고 국세청에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모면하려던 A씨. 국세청의 양도세 과세에 불복해 감사원 심사청구까지 냈지만, 감사원은 “세금을 내라”고 결정해 꼼작 없이 양도소득세를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당시 소득세법에 따라 증권거래소(또는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비상장주식)을 사고팔아 생기는 양도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세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하면 10%, 중소기업이 아니면 20%의 세율이 각각 적용됐었다. 중소기업이 아닌 경우 대주주가 1년 미만 보유한 주식을 팔아 남긴 양도소득에 대해선 30%의 세율이 적용됐다.

A씨는 2000년 3월 W社 유상증자 때 액면가 5000원으로 2만주를 취득했다. 무상배정 받은 주식도 7000여 주나 됐다. 문제의 발단은 A씨가 같은 해 이 주식 전량(무상배정분 포함)을 가까운 지인에게 1억원(취득가)에 고스란히 팔았다고 국세청에 신고하면서부터.
국세청은 A씨의 양도가액이 유상증자 가격보다도 훨씬 낮은 점을 의심, A씨가 주식을 판 날로부터 1개월 전에 제3자 배정한 W社 주식의 유상증자 가격을 알아봤다. 확인 결과는 무려 7배. 주당 3만5000원에 제3자 배정된 것이다. “옳거니” 국세청은 주당 5000원에 팔았다는 A씨의 주장을 부인, 주당 3만5000원씩 판 것으로 간주해 약 1억4000만원 가까운 양도세를 물렸다.

A씨는 억울하다며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했다. 분명 주당 5000원에 취득했고 같은 가격에 팔았을 뿐, 양도차익은 한 푼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더욱이 신고납부 세금인 양도세 취지에 맞게 적법한 신고절차도 마쳤는데, 국세청이 세금을 추계 결정해 무거운 세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A씨의 심사청구건에 대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 자초지종을 살펴보자.
감사원이 심사한 결과, 2000년 당시 세법(소득세법 시행령 114조 5항)에서는 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을 추계(또는 다시)결정하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었다.

‘보충적 평가방법’으로도 불리는 추계결정 방법에는 우선 양도일 또는 취득일 전후 각 3개월 이내에 해당 자산과 같거나 비슷한 자산의 거래가격을 추계가격으로 삼는 방법이 있었다. 또 해당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액 평균액이 있다면 그 금액으로 환산된 취득가격으로 양도차익을 추계 결정한다.

국세청은 “‘장부나 매매계약서, 기타 증빙 서류의 내용’이 ‘매매사례가액이나 지가공시, 감정평가법인의 평가 감정액 등’에 견줘 명백히 허위인 경우, 추계조사로 세금을 (다시)결정할 수 있다”는 법령 조항을 근거로, A씨와 비슷한 자산거래 사례에서 적용됐던 제3자 유상증자 가격을 매매사례가격으로 봐 주식양도금액을 산정, 세금을 다시 물렸던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A씨의 주식 양도가격이 실제 매매사례가액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감사원이 양측의 주장과 자료를 종합해본 결과, 국세청이 계좌추적을 통해 이를 알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의 주식을 팔면서 계약 당일 1억원을 받았다. 1억원을 송금해 준 C씨는 주식매수자 B씨에게 돈을 꿔 준 사람이었고, 원 매수자인 B씨는 약 1년 뒤 C씨에게 총 1억3900여만원을 송금해 준 것으로 국세청의 계좌추적 결과 드러났다. 수상히 여긴 국세청이 이를 캐묻자, B씨는 “이자 포함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1억원에 대한 1년치 이자가 무려 4000만원인 셈이었다. 국세청은 “상 관행상 1억 원을 40% 가까운 이자율로 빌려주면서 상환일자, 이자지급조건 등을 명시한 차용증서를 작성하지 않았느냐”고 따졌고, B씨와 A씨는 끝내 증빙서류를 제시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런 점 말고도, W社의 유상증자 때 주주 이외의 제3자 배정으로 주식을 취득한 회사중에 증권회사와 벤처투자회사 등이 포함된 점을 감안, 3만5000원이라는 유상증자 가격은 시장가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판 주식의 총 액면금액이 1억3700여만원인데, 액면총액에도 못미치는 달랑 1억원에 B씨에게 팔았다는 점도 납득이 안간다”는 국세청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감사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결정에 따라, A씨는 결국 1억4000만원의 양도세를 추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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