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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만히 나를 말린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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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숨 쉬는 법’ 박노해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
숨을 가슴으로 쉬지 말고 단전으로 둥글게 쉬어라 숨을 얕게 쉬지 말고 발뒤꿈치로 깊이 쉬어라 숨을 공기로만 쉬지 말고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 갈수록 숨 가쁘게 삶은 들떠가는데 머리는 더 빠르게 돌아 몸은 사나워지는데 푸른 새숨 드나들 빈 구멍 하나 없어 분주한 몸과 마음이 찬란하게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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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사랑의 적’ 박노해 “사랑 때문에 애태우고”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자신을 전면적으로 내어줄 사랑 하나 키우며 살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누군가에게 존재 깊숙한 사랑과 믿음 확인 받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 사랑, 제 한 몸에 가두는 사람은 사랑의 배신자다 사랑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사랑 때문에 애태우고 괴로워하면서도 사랑의 상처와 슬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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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사람이니까 괜찮다’ 박노해 “넘어지지 않고는 걸음마를 배울 수 없으니”
사람은 괜찮다 넘어지지 않고는 걸음마를 배울 수 없으니 사람은 괜찮다 잘못 걷지 않고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없으니 사람은 괜찮다 잃어보지 않고는 귀한 줄을 알 수 없으니 상처받고 실패하고 잘못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그래도 너와 함께라서 좋았다 사람은 괜찮다 사랑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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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힘없는 자는’ 박노해 “화해할 자유마저 없나니”
힘없는 자는 용서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비굴함이기에 힘없는 자는 화해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도피이기에 힘없는 자는 침묵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불의의 승인이기에 힘을 기르자 저 강대한 세력을 기어코 뛰어넘을 저 사나운 폭력을 끝끝내 품어 안을 끈질긴 힘, 사랑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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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박노해
돛단배는 풍랑을 맞지 않고는 자신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무 고생도 하지 않으면 아무 전진도 하지 못한다 아무 고난도 격지 않으면 아무 창조도 이룰 수 없다 아무 비난도 받지 않으면 아무 정의도 세울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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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그대로 두라’ 박노해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은 일상으로 두라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이 일상으로 흘러갈 때 여정의 놀라움이 찾아오리니 결여를 결여 대로 두라 결여를 억지로 채우지 마라 결여는 결여된 채 그리워할 때 사무치는 마음에 꽃이 피리니 상처는 상처 대로 두라 상처를 힐링으로 감추지 마라 상처가 상처 대로 아파올 때 상처 속의 숨은 빛이 깨어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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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사람의 깃발’ 박노해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실크로드 사막 길의 거센 모래바람 앞에 서면 옷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감싸인 몸도 마음도 휘청이며 펄럭인다 온몸을 던져 혁명의 깃발을 들고 살아온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이제 깃발도 없이 실패한 혁명가로 정직한 절망을 걸어온 길 무력한 사랑의 슬픔 하나로 이 막막한 사막 지평에 서면 바람이 크다 바람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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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늘 새로운 실패를 하자’ 박노해 “실패보다 더 무서운 건 의미 없는 성공”
돌아보면 내 인생은 실패투성이 이제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겠다고 조용히 울며 다짐하다가 아니야, 지금의 난 실패로 만들어진 나인데 실패한 꿈을 밀어 여기까지 왔는데 나에게 실패보다 더 무서운 건 의미 없는 성공이고 익숙한 것에 머무름이고 실패가 두려워 도사리는 것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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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나에게 영웅은’ 박노해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
나에게 영웅은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흐름이 되어가는 사람 하루하루 남김없이 피고 지고 자신을 다 불사르고 가는 사람 진정한 자기를 찾아낸 사람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으니 세상의 흐름을 따라 자신을 버리고 흘러가는 자여 그 탐욕의 열정과 경쟁의 승리는 스스로 선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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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두 마음’ 박노해 “힘을 사랑하는 자와 사랑의 힘을 가진 자”
세상에는 두 가지 리더가 있다 리더가 되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기 위해 리더가 되는 사람 세상에는 두 가지 믿음이 있다 힘의 감동을 믿는 사람과 감동의 힘을 믿는 사람 세상에는 두 가지 힘이 있다 힘을 사랑하는 자와 사랑의 힘을 가진 자 그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달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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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미래에서 온 사람’ 박노해 “낯설고 불편하고 불온해 보이기에”
세상에서 쫓겨나는 사람은 오직 둘뿐이다 미래를 가로막는 과거의 사람이거나 오늘이 받아들이기 두려운 미래의 사람 과거의 사람을 쫓아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안다 하지만 미래의 사람을 추방하는 자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래에서 온 사람은 언제나 낯설고 불편하고 불온해 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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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다시 길 떠나는 새벽’ 박노해 “걸으면서 길을 찾는 순례자”
먼 길을 걸어온 사람은 알리라 오늘도 길 찾는 사람은 알리라 여기가 나의 정처가 아님을* 나만의 다른 길이 부르고 있음을 아 나는 두 세상 사이의 유랑자 걸으면서 길을 찾는 순례자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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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사랑은 남아’ 박노해 “사람은 사라지고 그대가 울며 씨 뿌려놓은”
힘들게 쌓아올린 지식은 사라지고 지혜는 남아 지혜의 등불은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오는 정의의 길은 남아 정의의 깃발은 사라지고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 길에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남아 사람은 사라지고 그대가 울며 씨 뿌려놓은 사랑, 사랑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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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는’ 박노해 “너무 멀리 사랑에서 멀어져 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는 얼마나 열심히 멀어져 왔던가 열심히 공부해 진리에서 멀어지고 열심히 일해서 삶에서 멀어지고 열심히 쌓아서 하늘에서 멀어졌던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나는 너무 많이 나에게서 멀어져 왔다 너무 멀리 사랑에서 멀어져 왔다 너무 빨리 내 영혼을 지나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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