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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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꽃이 온다’ 박노해

    날이 가물어 땅이 마른다 나도 마른다 코로나 검은 손에 만남도 가물어지고 살림도 말라간다 한줄기 단비가 오시고 서늘한 밤비가 내리자 6월의 귀인이 걸어온다 꽃이 온다 꽃이 와 수국 수국 꽃이 온다 백합 백합 꽃이 온다 접시 접시 꽃이 온다 수심 어린 얼굴마다 마스크를 뚫고서도 꽃이 와라 꽃이 와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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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진보한 세대 앞에 머리를 숙여라’ 박노해

    여린 새싹 앞에서 허리를 숙인다 눈부신 신록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진보한 젊은이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내 가난한 젊은 날은 이렇게 살았다고 총칼 앞에 온몸을 던져 불처럼 살았다고 곧은 목으로 그들을 가로막지 마라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풍요는 총칼보다 더 영혼을 상하게 하고 자유는 감옥보다 더 젊음을 구속하고 있으니 이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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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첫마음을 가졌는가’ 박노해

    첫인상을 남길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사랑의 떨림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마음을 새길 시기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좌우되지 않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력한 일상 속에서도 나 살아있게 하는 그 첫마음을 가졌는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때나 화려한 빛에 휘청거릴 때나 눈물과 실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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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히말라야의 아침 기도’ 박노해

    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웅크렸던 나무들이 푸른 빛으로 깨어나는 히말라야 고원의 아침 여명이 빛나는 흙마당을 깨끗이 쓸고 달콤한 짜이로 몸을 녹이며 기도를 바친다 오늘도 해처럼 밝은 얼굴이기를 히말라야처럼 고결한 마음이기를 그리하여 좋은 이를 맞이하기를 그렇게 아침이 오고, 또 아침이 걸어오고,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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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몸속에 남은 총알’ 박노해

    동강 초등학교 후문 옆 전파상 김점두 아저씨 검정 물들인 야전 점퍼에 끈 없는 낡은 군화를 신고 어둑한 책상에 앉아 라디오를 고치던 말없는 아저씨 그 책상 옆 나무의자에 나 오래 앉아 있곤 했었지 신기한 기술 때문도 낡은 시집 때문만도 아니었지 어린 내가 그에게 홀딱 반한 것은 지리산에선가 맞았다는 총알이 그의 몸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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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다 다르다’ 박노해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뭣이여? 일 더하기 일이 둘이지 하나여? 선생의 고성에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제가요, 아까 학교 옴시롱 본깨요 토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또르르르 굴러서요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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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나의 작은 것들아’ 박노해 “피라미들아 새뱅이들아”

    나의 작은 것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산길에는 청설모만 날뛰는데 나의 작은 다람쥐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들꽃에는 말벌들만 설치는데 나의 작은 꿀벌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개울 속의 피라미들아 새뱅이들아 흰 나비들아 도롱뇽들아 흙마당의 병아리들아 풀밭의 아기염소들아 골목길에 뛰놀던 아이들아 밤하늘에 글썽이던 잔별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하루 일을 마치고 노을 속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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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조건’ 박노해···성공과 첫마음

    첫마음은 성공을 통해 영글어 가고 성공은 첫마음을 통해 푸르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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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총선, 오늘의 시] ‘선택의 때가 있다’ 박노해 “사려 깊고 담대하게 “

    참고 지켜볼 때가 있고 단칼에 정리할 때가 있다 최선을 추구할 때가 있고 단호히 선택할 때가 있다 선택할 때를 미루지 말자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이고 미루어놓는 것도 선택이니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우리 앞날을 바라보며 나의 선택으로 발생할 결과를 최대한 예견하고 각오하며 사려 깊고 담대하게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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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오늘의 시] ‘어머니가 그랬다’ 박노해 “남들 안 하려 해도 중헌 일 안 있것는가”

    상고 야간부를 겨우 졸업하고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날 찬 셋방에서 가슴 졸이던 어머니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다 네가 네 돈 주고 사람 뽑으라면 명문대생 뽑제 널 뽑을 것이냐 그이들이 한 번에 알아볼 사람이면 흔한 회사원이지 어디 인물이것냐 두 번 세 번 떨어지는 게 일이 될 때쯤 아들, 그만 하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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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아침밥상’ 박노해 “오늘은 먼 길 가는 날”

    오늘은 먼 길 가는 날 내 아침 밥상은 3찬 붉은 밑둥의 시금치 나물과 장독에서 꺼내온 김장 김치 그리고 보리 싹과 냉이 된장국 오늘 나설 일에 생각이 많다 먹다 보니 요것들이 말을 한다 붉은 밑둥의 시금치 뿌리가 겨울 보리 싹과 냉이 잎들이 오지독 어둠에 잠긴 김치와 된장이 머리 굴리지 마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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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봄이 오면’ 박노해 “버들가지 마냥 나긋나긋”

    봄이 오면 저 씨앗처럼 고요히 파고 들어앉아 깊고 푸른 숨을 내쉬고 싶다 봄이 오면 얼음 박힌 내 몸에 간질간질 새싹이 터 오르고 금방 꽃이 필 것만 같다 봄이 오면 버들가지 마냥 나긋나긋해진 마음으로 웅크린 어깨들을 감싸고 싶다 봄이 오면 얼어붙은 듯 묻혀있던 저 작고 낮은 것들 끈질긴 생명의 봄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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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나무를 사랑한다면’ 박노해

    3월의 하늘 아래 어린 나무를 심는다 물을 주고 거름 주고 흙을 돋아주고 나무야 나무야 어린 나무야 너에게는 모진 비바람도 피해 가고 타는 가뭄도 병충해도 꼬이지 말고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나거라 마음 모아 기원해 주다가 지금 내가 이 어린 나무를 저주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런 마음도 없다면 무정한 사람이겠지만 그런 말들은 이 나무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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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봄이네요 봄’ 박노해 “간절한 자의 봄”

    겨울은 등 뒤에서 슬금슬금 걸어왔지만 봄은 앞길에서 낮은 포복으로 찾아옵니다 하루아침에 봄이네요 겨울은 어깨 위에서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발밑에서 으쓱으쓱 밀어 옵니다 아래로부터 봄이네요 겨울은 준비도 없는 얇은 자에게 먼저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많이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간절한 자의 봄이네요 봄이네요 봄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는 봄이네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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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눈부신 삶의 깃발’ 박노해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어디서나 소리 없이 나부끼는 빨래는 내겐 어떤 국기보다 빛나는 평화의 깃발이다 정직한 노동의 땀방울을 씻어내고 사나운 폭격의 핏방울을 씻어내고 고단한 마음의 얼룩까지 씻어내고 비록 낡은 옷 지친 몸이지만 깨끗이 소생시켜 새 희망의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라 한다 강인한 의지와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깃발로 펄럭이는 빨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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