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림

시인, '불교문예' 편집장, 시집 '나팔고둥좌표' '물갈퀴가 돋아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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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구름에 의탁하다’ 김시림

    치악산에서 멀리내려다 보니… 노을 등짐 지고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는 구름의 족속들 구름은 힘이 세다 굵직한 화가를해발 580미터 산 중턱,이 절에 붙잡아 둔 것도 저 구름이다 손에 닿을 듯한 구름에 반했다는 스님 떠돌고 싶을 때마다조각한 나무 새 수십 마리 대웅보전 마당에도삼성각 가는 오솔길에도석축에도솟대로 세웠다 구름처럼 정처 없이 흐르다가도 결국, 이 마음 안에서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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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톤래삽(Tonle sap)의 소리’ 김시림

    ‘톤래삽(Tonle sap) <이미지 트래블팁 유튜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일몰이 아름다운 곳 베트남 난민과 그 자손들이 땅 한 번 밟지 못하고평생 갇혀 살아야 하는 수상가옥들 오래전 캄보디아 정부는베트남전을 피해 흘러든 사람들을이곳 삽호수에서만 머물도록 허락했다지 뭍으로 오를 수도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무국적 난민들 흙탕물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물고기를 잡고 구걸하며 살아간다 관광객의 턱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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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러브버그'(Love Bug) 김시림

    러브버그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붉은등우단털파리자운영 꽃물을 빠는 동안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부엽토 먹으며일 년을 애벌레로 살고서야얻은 날개 불볕더위의 이상 기후가 한꺼번에 지상으로 들어 올렸다 이제 남은 생은 사나흘, 그 전부를 불태우는저 장엄한 허니문의 절정 누가 보든 말든해가 지든 말든 기필코 종족 보존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집요한 행위 뉴스에서는 떼로 몰려다니며 짝짓기하는 모습이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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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지지대’ 김시림

    토마토가 주먹만 하게 커 가자열매 쪽으로 등이 휜 가지 제 키보다 큰 지지대를 대주고줄기를 꼿꼿이 세워 단단히 묶어 주었습니다 나는 어느 새벽느닷없이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남편에게 고백했습니다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지주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울먹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그도 울음으로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자 커튼 너머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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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대청호 아래’ 김시림

    대청호 선착장과 모터 배 한척 흰 페인트가 듬성듬성 벗겨진유·도선 운임표 푯말이 있는 대청호 막지리와 서정리를 운항했다는선착장 자리 작은 배가하늘과 산그림자를 가득 싣고 흔들리고 있다 저 아래수몰된 마을이 있다 귀퉁이가 닳아버린 오랜 시간들은저 물밑에서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어미 발치에 앉은 아기 코끼리처럼순하게 세 들어 사는 산들도 갈수록 옹졸해지는거꾸로 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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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꿀벌’ 김시림

    꿀벌 온몸을 활처럼 구부리고제 몸보다 작은 배청채 장다리꽃 화분을모으고 있는 꿀벌 빠른 입놀림으로 종아리마디 꽃가루 통을채울 때마다통째로 몸이 휘는장다리꽃 노란 꽃송이들 삼십여 년 이 나라 저 나라산업플랜트 화학 정유공장거미줄 같은 배관을설계하고 있는 남편 이 아침둥그렇게 몸을 구부려 신발을 신고출근하는내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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