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지지대’ 김시림


토마토가 주먹만 하게 커 가자
열매 쪽으로 등이 휜 가지

제 키보다 큰 지지대를 대주고
줄기를 꼿꼿이 세워 단단히 묶어 주었습니다

나는 어느 새벽
느닷없이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남편에게 고백했습니다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지주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울먹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도 울음으로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자 커튼 너머
침상 할머니도 웬일인지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시림

시인, '불교문예' 편집장, 시집 '나팔고둥좌표' '물갈퀴가 돋아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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