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구름에 의탁하다’ 김시림

치악산에서 멀리내려다 보니…

노을 등짐 지고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는 구름의 족속들

구름은 힘이 세다

굵직한 화가를
해발 580미터 산 중턱,
이 절에 붙잡아 둔 것도 저 구름이다

손에 닿을 듯한 구름에 반했다는 스님

떠돌고 싶을 때마다
조각한 나무 새 수십 마리

대웅보전 마당에도
삼성각 가는 오솔길에도
석축에도
솟대로 세웠다

구름처럼 정처 없이 흐르다가도

결국, 이 마음 안에서
쉼을 얻는 것 아니겠느냐고…

오늘도 구름의 마음을
유유히 흘러보내는 유정스님

연암사 가는 길

김시림

시인, '불교문예' 편집장, 시집 '나팔고둥좌표' '물갈퀴가 돋아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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