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러브버그'(Love Bug) 김시림

러브버그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붉은등우단털파리
자운영 꽃물을 빠는 동안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부엽토 먹으며
일 년을 애벌레로 살고서야
얻은 날개

불볕더위의 이상 기후가 한꺼번에 지상으로 들어 올렸다

이제 남은 생은 사나흘, 그 전부를 불태우는
저 장엄한 허니문의 절정

누가 보든 말든
해가 지든 말든

기필코 종족 보존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집요한 행위

뉴스에서는 떼로 몰려다니며 짝짓기하는 모습이
흉하다고 민원이 빗발친단다

해충이냐 익충이냐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방역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데
한 생물학자는 공존의 대상으로 보라고 한다

나와 다르지 않은 저 생명 또한 공동의 만들었을
대자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인류세의 물꼬 앞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김시림

시인, '불교문예' 편집장, 시집 '나팔고둥좌표' '물갈퀴가 돋아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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