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중국, 대만엔 헬기·세계엔 AI 질서…군사 압박과 외교 확장 가속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헬기와 드론 등 새로운 군사 수단을 활용해 회색지대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앞세워 서방과 구별되는 외교·기술 질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경제는 로봇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재와 내수 부문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군사·외교·경제 전선에서 중국의 확장 전략과 내부 부담이 동시에 드러나는 모습이다. 대륙전략연구소(KIASS)는 최근 48시간 이내 국제 언론과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해 7월 27일 ‘일일 중국 브리프’를 발표했다. <편집자>
군사안보 | PLA 헬기, 대만해협의 새 위협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PLA) 헬기의 대만해협 비행이 새로운 작전 패턴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헬기는 고정익 전투기보다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레이더 탐지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유사시에는 특수부대 침투와 병력 수송, 해상 목표물 타격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주 사흘 연속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8~21대와 함정 6~10척을 탐지했다. 중국이 기존 전투기와 함정, 해경선에 이어 헬기까지 투입하면서 대만 압박 수단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반복하지 않더라도 저강도 군사활동을 일상화해 대만군의 대응 부담을 높일 수 있다. 무력충돌의 문턱은 넘지 않으면서 상대의 방공망과 지휘체계를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략이다.
드론전쟁 | 소형·저비용 무기로 확장되는 양안 경쟁
미국기업연구소(AEI)와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분석에서 대만해협 군사경쟁이 대형 전투기와 함정 중심에서 1인칭 시점(FPV) 드론과 무인기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만은 은닉 진지와 민간 차량, 상선 등에서 다수의 드론을 발진시켜 중국군 기지와 지휘통제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도 민간 선박이나 상륙전력에 드론을 숨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위력을 입증한 FPV 드론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안 군사경쟁도 고가의 대형 플랫폼에서 소형·대량·저비용 무기 체계로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AI 외교 | 중국 주도 WAICO, 28개국 참여
AEI와 ISW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월 16일 상하이에서 28개국과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고 분석했다.
참여국은 브릭스와 SCO 회원국, 사회주의 국가, 러시아 우호국, 글로벌 사우스 국가 등으로 구성됐다. 서방 국가나 미국의 주요 동맹국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공지능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제질서가 미국과 서방 중심 진영, 중국 중심 진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인공지능대회 등을 통해 기술 자립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국식 AI 규범과 산업표준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 기술 경쟁을 넘어 규범과 제도의 주도권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외교 | 왕이, 아세안 이어 SCO 순방
왕이 외교부장은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촐폰아타에서 열린 SCO 외교장관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키르기스스탄 공식 방문 일정을 마쳤다.
왕이는 회의에서 연내 개최될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 준비를 조율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등 회원국 외교장관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는 올해가 SCO 창설 25주년이라고 강조하며 ‘상하이 정신’에 따른 다자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곧바로 중앙아시아로 이동한 것은 중국이 동남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다자외교망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SCO와 브릭스, 일대일로 참여국을 기반으로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와 구별되는 정치·경제·기술 협력체를 조직화하고 있다.
미일중 관계 | 일본, 동맹 강화와 중국 관계 사이 고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중일 관계는 다카이치 총리가 2025년 11월 중국의 대만 공격 시 일본의 군사 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크게 악화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일부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와 일본의 방위비 증액, 호르무즈해협의 에너지 수송로 보호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에 특히 취약하다.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만 무기판매 | 중국, 미국의 재검토 움직임에 기대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중단하는 것이 양안 평화와 안정의 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미국이 대만 무기판매를 미중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은 무기판매 보류를 미중 관계 개선의 신호로 활용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약화시키려는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중외교 | 아세안 무대에서 협력 가능성 탐색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공급망 회복력과 인공지능, 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아세안+3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등의 다자무대를 활용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모색했다.
회의 기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접촉 가능성도 거론됐다.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2년 연속 불참한 가운데 한국은 미중 경쟁과 남중국해 긴장이 커지는 역내 다자무대에서 균형 있는 외교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경제 | 첨단 제조는 회복, 소비재는 부진
중국의 6월 공업기업 이익은 로봇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반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전과 의류 등 전통 소비재 부문의 수익성은 부진을 이어갔다. 첨단산업과 소비재 산업 사이의 회복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고 자동차와 가전 소비도 위축되면서 중국의 성장 동력이 국가 주도의 첨단 제조업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과 수출은 유지되더라도 가계 소비와 민간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공급 과잉과 가격경쟁, 무역마찰이 심화할 수 있다.
AI 산업 | 문샷AI, 미국 모델 추격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문샷AI는 미국의 최상위 모델과의 성능 격차를 좁혔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다.
딥시크에 이어 문샷AI까지 저비용·고성능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중국의 오픈소스 AI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알고리즘 효율화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연산능력의 한계를 보완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AI 기술 자립과 국제 규범 주도를 동시에 추진하며 미국과의 경쟁을 반도체와 하드웨어 영역에서 소프트웨어와 표준 경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 | 애플, 중국 메모리 업체와 접촉
애플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와 YMTC로부터 메모리 칩을 조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의 수출 통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 부품 사용과 중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애플이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과 메모리 반도체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은 중국 시장의 요구와 미국 규제 사이에서 공급망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종합 분석 | 중국, 군사·외교·기술 전선 동시 확대
7월 27일 중국 정세의 핵심은 ‘군사 압박의 다변화와 중국 주도 대안 질서의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전투기와 함정뿐 아니라 헬기와 드론 등 다양한 전력을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전면전보다 저비용·소형 자산을 동원해 대만의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방향이다.
둘째, 중국은 WAICO와 SCO를 통해 기술과 외교 분야에서 서방과 구별되는 협력망을 확대하고 있다. 아세안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왕이의 연속 외교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와 유라시아를 묶는 대안 블록을 조직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중국 경제에서는 첨단 제조업과 AI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와 전통 제조업은 부진하다. 기술 자립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내수 침체와 산업 간 양극화는 여전히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부담이다.
향후 정세는 대만해협에서 PLA 헬기와 드론의 활동이 반복되는지,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과 호르무즈 관련 문안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시진핑의 미국 방문 조율이 진전되는지에 따라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