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오는 22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회에 서는 장면은 그 자체로 우리 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물론 국민은 묻고 따질 권리가 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했는지, 대한축구협회가 원칙을 지켰는지, 결과에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는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그 점에서 청문회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면 좋겠다. 청문회의 주인공은 홍명보 개인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문제를 구조에서 찾기보다 사람에게서 찾는 데 익숙해졌다. 한 사람이 물러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 감독을 바꾸고, 회장을 바꾸고, 장수를 바꾸면 조직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스템이 그대로라면 같은 실패는 다른 이름으로 반복된다. 우리는 지난 30년 이상 한국축구의 현장에서 확인해 왔다.

홍명보 감독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기력과 성적은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대표팀 감독은 국민의 기대를 짊어진 자리인 만큼 그 책임 또한 무겁다. 그러나 비판과 모욕은 다르다. 성과를 평가하는 것과 한 사람의 인격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업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선택이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홍명보라는 이름을 잘 안다. 선수 시절 그는 한국 축구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다. 지도자로서도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듯 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가 홍명보 한 사람을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왜 한국 축구는 같은 논란을 반복하는지 묻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감독 선임 시스템은 투명했는지,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합리적인지, 책임과 권한은 제대로 설계되어 있는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사람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감독도, 그다음 감독도 같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책임은 사실과 원칙 위에서 물어야지, 분노와 감정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22일 국회 청문회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정치적 이벤트로 끝난다면 한국 축구가 얻는 것은 없다. 반면 그 자리가 축구 행정의 허점을 고치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면, 그것은 홍명보 한 사람을 넘어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한 청문회가 될 것이다.
홍명보를 위한 변명은 결국 한 사람을 위한 글이 아니다. 실패할 때마다 누군가를 제물로 삼는 한국 축구,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한 변명이다. 우리는 돌을 던지는 데는 익숙하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서툴다. 이제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분노보다 성찰을 선택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