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 재탄생이 중동 평화로 이어지길
[아시아엔=이상기 아시아기자협회 창립회장, <아시아엔> 발행인] 2026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무대를 지켜보는 26만 인파와 전 세계의 시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돌아온 이들의 컴백 라이브는 단순한 대중문화의 축제가 아니다. 군 복무라는 긴 공백을 뚫고 다시 무대에 선 일곱 청년의 귀환은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우리 시대가 아직 ‘재탄생(Rebirth)’의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선언이다.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중동의 하늘은 여전히 포성으로 가득하다. 국제정치는 자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냉혹하게 움직이고, 외교적 수사들은 전장의 비명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수많은 회담과 합의가 오가지만 인간의 고통은 멈추지 않는다. 이럴 때 역사는 늘 우리에게 묻는다.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무엇이 넘어설 수 있는가.”
필자는 2004년 아시아기자협회(AJA, 아자)를 창립한 이후 아시아 각국의 언론인들과 함께 전쟁과 분쟁의 최전선을 지켜보았다. 전쟁과 분쟁, 쿠데타, 종교 갈등으로 갈라진 현장의 기자들과 밤을 지새우며 확인한 진실은 하나였다. 정치는 사람을 갈라놓지만, 문화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총은 인간을 침묵시키지만, 노래는 인간을 다시 말하게 한다. 2002년 아자 창립 전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서 싱가포르의 아이반 림, 말레이시아 노릴라 다우드, 캄보디아 소팔 차이 기자 등 아자 창립멤버들이 함께 부른 비틀즈의 ‘렛 잇 비’(Let It Be)’가 있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던 그 선율이 요즘 유독 더 생각난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국어로 불리는 노래가 이란의 젊은이에게 위로가 되고, 레바논의 학생에게 희망이 되는 시대는 이미 증명되었다. 이것은 외교 문서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강력한 ‘소프트파워’이자 ‘생명의 연대’다. 이번 앨범의 상징인 ‘아리랑’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아리랑은 슬픔의 노래이지만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이별을 말하면서도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승화의 노래다. 수많은 전쟁과 식민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 민족이 아리랑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그 노래 안에 인간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재탄생’의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 1980년 12월 24일 처음 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헌혈운동에 참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왔다. 내 몸의 피 한 방울이 한 사람을 살리듯, 진심이 담긴 노래 한 곡이 한 시대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총과 미사일은 사람을 살해하고 도시를 파괴할 수 있지만, 문화는 무너진 마음의 폐허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인간이 끝내 살아가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한,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과거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영화감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고통을 외면할 때 죽고, 고통을 껴안을 때 살아난다.”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는 “그 부드러운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고 외쳤다. 절망 앞에서 인간은 결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질 BTS의 노래가 바로 그런 외침이 되기를 바란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생명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포성이 멈추지 않는 땅에서 음악을 듣으며 내일을 꿈꾸는 중동의 젊은이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라도 평화의 갈망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BTS의 노래는 이미 국경을 넘어선 것이다.
평화는 총성이 멈춘 뒤에 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향한 노래를 포기하지 않을 때, 전쟁은 이미 끝나기 시작한다. BTS의 재탄생은 우리 시대의 희망이 아직 유효하다는 신호이며, 우리가 여전히 증오 대신 희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증거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아리랑’의 선율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으로, 상처 입은 모든 땅 위에 다시 생명의 노래로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도, 평화도, 꿈도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