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머슴날’ 홍사성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씨름도>에는 들판 한가운데서 힘을 겨루는 농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이 ‘머슴날’로 불리던 시절, 농번기를 앞두고 머슴들이 새로 품을 정하고 씨름으로 힘과 기운을 겨루던 풍습이 있었다. 씨름판의 웃음과 땀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과 한 해 노동을 다짐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오늘은 이월 초하루
머슴들이 한데 모여 옷깃 여미고
마당에 진설한 고사상에 절을 올리제잉

술상에는 송편에 콩떡에 나이떡에
묵은 김치에 돼지 머릿고기 푸짐하고
풀베던 손으로 술잔 잡으니
안주인은 돌아가며 탁배기 돌리는구먼유

어젯밤 바람에 영등할미 다녀가셨응게
바람 좀 누그러뜨려줍서
비는 지발 때 맞춰 뿌려주랑께
곡식 설익지 않게 잘좀 도와주우

왁자지껄 웃음 넘치는 하루
오늘만은 머슴이 젤 윗자리래요

머슴을 사람으로 품는 집은 복이 넝쿨째
허투루 부리면 구멍마다 복이 샌다 했응게
머슴천하지대본이 맞는 말이쥬

암문, 머슴들이 날마다 머슴날이라 믿어야
주인맨치로 밭갈고 씨뿌리고 거둔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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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성

시인, '불교평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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