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의 전쟁을 벌여 지구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미국이 연이어 비난받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이 전쟁을 비디오게임에 비유하며 미군의 역량을 과시한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날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영상에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위(Wii)’ 게임 화면이 등장한다. 게임 속 주인공이 골프 홀인원이나 야구 장외 홈런을 기록한 뒤 미군이 실제로 이란을 공습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볼링 스트라이크 직후 폭탄이 터지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면서 ‘스트라이크(Strike)’라는 자막이 올라간다.
백악관은 지난 7일에도 비디오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샌 안드레아스’ 영상을 활용해 이란 전쟁 관련 밈(Meme)을 만들어 이를 엑스에 게시한 바 있다. 이 영상은 캐릭터가 걸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해 미군이 이란 차량을 공격하는 실제 교전 화면으로 전환된다. 영상 말미에는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나타나는 문구인 ‘웨이스티드(Wasted)’가 화면을 채운다.
문제는 이 같은 백악관의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전쟁 개시 이후 이와 유사한 홍보 영상 10여 편을 게시해 오고 있다.
그중에는 ‘미국식 정의’라는 제목으로 유명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 ‘슈퍼맨’, ‘글래디에이터’, ‘브레이브하트’ 등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유희왕’을 짜깁기한 영상이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몸을 부딪칠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편집해 넣은 영상도 있다.
영상에 사용된 영화 장면들이 제작자의 허가 없이 사용되었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겸 감독인 벤 스틸러는 자신의 영화가 백악관 영상에 무단 사용됐다며 공개적으로 삭제를 요구했고,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도 “이는 전쟁 중인 이란을 비롯해 관련된 모든 사람,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싸운 미국인들에게도 절대적으로 무례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의 선을 넘는 행동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큰돈을 번다”는 취지의 발언을 올려 이번 전쟁을 둘러싼 미국 내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미군 측 희생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전쟁을 희화화하는 것도 모자라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백악관의 행태는 ‘미국식 정의’가 더 이상 정의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현실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