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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의 무대, 영월에서 단종과 엄홍도, 김시습을 만나다

“서강이라 불리는 평창강은 길이가 149km에 이르는데,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계방산 남동 계곡에서 발원하여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와 팔괴리 사이에서 동강과 합류하고, 그곳에서 마침내 굵은 물줄기가 되면서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서강 저 멀리 옅은 안개 속으로 푸른 산들이 연이어 보이고, 그 아랫자락에 청령포가 있다. 영월군에는 조선 왕조 여섯 번째 임금이면서 비운의 임금인 단종의 무덤 장릉을 비롯해 단종과 관련된 역사 유적이 곳곳에 널려 있고, 그에 얽힌 지명과 전설이 많다.

서면 광전리에 있는 고개는 단종이 유배 올 적에 넘었다고 해서 ‘임금이 오른 고개’라는 뜻으로 등치라 불렸고, 서면 신천리에 있는 고개는 오랫동안 흐리던 날씨가 단종이 넘으려고 하자 맑게 개어 단종이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해서 배일치라 불린다.

신천리의 관란정(觀瀾亭) 밑에는 ‘아이고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서 ‘아이고’를 세 번 외치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불의한 정변(政變)이나 수령의 악정이 있을 때 선비들이 이 바위에 모여 ‘아이고, 아이고’ 하며 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이곳 아이고 바위에서 통곡을 하면 강원감사가 그 수령의 잘잘못을 내탐했다고 하며, 악한 수령들은 그 선비들을 탄압했다고 한다.

단종이 귀양 와 머물렀던 청령포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삼면이 깊은 강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은 벼랑이 솟아 있어 배로 강을 건너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게 막힌 곳이다. 단종이 이곳에 머물러 있을 때 매월당 김시습이 두어 번 다녀갔다고 한다. 아마 김시습은 이곳에 와서 인생이 얼마나 뜬구름 같은가를 절감했을 것이다.

나는 누구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미친 듯이 소리쳐 옛사람에게 물어보자
옛사람도 이랬더냐 이게 아니더냐
산아 네게 묻노니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림자는 돌아보아도 외로울 따름이고
갈림길에서 눈물 흘린 것은 길이 막혔던 탓
삶이란 그날그날 주어지는 것이었으며
살아생전의 희비애락은 물 위의 물결 같은 것
그리하여 말하지 않았던가
이룩한 미완성 하나가 여기 있노라고
혼이여 돌아가자 어디인들 있을 데 없으랴.

단종이 유배되었던 해 여름, 청령포가 홍수로 범람하자 단종은 영월읍 영흥리에 있는 관풍헌(觀風軒)으로 옮겨졌다. 단종은 관풍헌에서 지내며 동쪽에 있는 누각 자규루(子規樓)에 자주 올라 자신의 처지를 시로 읊었다. 자규루는 지금은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무렵에는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단종이 이곳에서 지은 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은 〈자규시〉이다.

“원통한 새가 되어서 제궁을 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야 이 한이 다 할꼬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피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
하늘도 애끓는 소리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시름에 찬 내 귀에는 잘도 들리는고”

2026년 3월 22일 일요일, 단종의 묘인 장릉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자규루, 단종을 보필했던 엄홍도의 묘, 금강정과 선돌 등 단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 문화 기행을 실시한다.

영월 엄흥도 정려각, 단종 시신을 거두었던 영월 호장 엄흥도에 내려진 정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 역사의 현장을 조선의 천재 시인 김시습을 불러내어 새롭게 재조명하며 답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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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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