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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제주올레 남기고 떠난 이름 서명숙, 그 길에서 다시 만나리

서명숙 제주 올레길 개척자(1957~2026)

제주올레 서명숙 대표, 이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구나. 길에서 길을 만나고,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길에서 수많은 역사와 사연을 만나며 걸었다.

무수한 사람들 중에 서명숙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제주올레를 만든 사람, 사람들이 걸어갈 길을 내고, 끊어진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 그 서명숙 대표가 돌아갔다.

제주올레 1코스. 서명숙 대표 처음 개척한 올레길이다. 이후 제주는 물론 전국으로 올레길이 개척되고, 걷기운동 불길이 번졌다.

불과 20일 전인 2026년 3월 15일, 이른 아침 6시 19분에 “신 대표님, 동성이가 기어코 어젯밤 10시 7분에 눈을 감았습니다.” 서명숙 대표가 내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아이고, 어쩐대…”

나는 할 말을 잃고 있다가 서명숙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가 급한지, 동철이도 가고 동성이도 갔네요. 두 딸 좋은 곳으로 취직했고, 이제 살만하다 싶었는데…”

그렇게 통화를 했던 그가, 이렇게 2026년 4월 7일 대낮에 서둘러 갔다니. 오전에 페이스북에서 손민호 기자가 ‘서 대표가 위독하다’는 글을 쓴 것을 보고 안은주 제주올레 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로?”
“기도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불과 두어 시간 뒤에 비보를 듣다니.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서 한 사람이 먼저 가면 뒤따르는 경우는 종종 보았지만, 남동생이 떠나자 곧바로 뒤따라간 누님의 예는 보고 듣지 못했다. 동성이가 제주올레를 개척할 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길을 만들었던 그 연유 때문이었을까.

오래 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국회에서 대한민국 길 단체들이 모여 길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을 때, 강연을 시작하며 “우리나라 걷기의 원조는 신정일 선생님입니다.”라고 말하고, “신정일 선생님은 걸어 다니는 네이버”라는 과한 별칭을 붙여주던 모습.

제주올레 축제 때 서귀포여고 후배인 배우 김부선 씨를 소개하며 “내가 바쁘니까, 신 대표님이 함께 놀아주세요.”라며 이틀 동안 함께 어울렸던 일. 이렇게 저렇게 인연을 맺고 살면서 나눴던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지난 추억이 되었고, 다시는 내가 지은 책의 제목처럼 “이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구나.”

세상의 인연 중, 길에서 길을 걷다가 만난 인연을 도반(道伴)이라 한다면 진정한 도반 몇 사람 가운데 특별한 인연이 바로 서명숙과 그의 동생 서동성이었다. 옛길을 찾고, 끊어진 길을 걷고, 수많은 사람들과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인연. 저승이 있다면 이제 그들은 저승길을 걷고 있을 것이고, 나는 이승의 길을 걷다가 어느 날 그들이 간 곳으로 돌아가 다시 함께 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서명숙, 부디 잘 돌아가 먼저 간 동생 동성이를 만나 내 이야기 전해주고 기다리고 있게. 언젠가 나도 뒤따라갈 것이네.

“삶이라 해서 더 있는 것 아니요, 죽음이라 해서 더 없는 것 아니라네. 아득한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나는 기뻐함도 슬퍼함도 없네.” 상촌 신흠의 글로 이만 마친다.

상향
2026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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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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