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김수영 시인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사회주의자

지금의 시대는 난세인가, 성세인가? 물어볼 것도 없이 난세이다. 요순시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지만, 유독 오늘의 시대가 난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 어제는 가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지금, 지금의 시대만이 확실한 현실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몇 권의 책을 펼쳐 놓고서 그것도 모자라 몇 권의 시집을 꺼내 놓고서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는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대한민국 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김수영 시인의 ‘거대한 뿌리’를 찬찬히 다시 읽는다. 60년대를 살다가 마흔 여덟에 세상을 떠난 김수영 시인은 그 엄혹했던 시기에도 할말을 다하고 살았는데, 오늘의 시인들은 도대체 무슨 시를 쓰고 사는가를 떠올리며 멀고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트럼프의 사회주의에 대한 연설문을 다시 읽는다.

트럼프 대통령

“사회주의는 번영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가져오는 것은 빈곤입니다.
사회주의는 단결을 약속하지만, 남기는 것은 증오와 분열입니다.
사회주의는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지만,
끝내 과거의 가장 어두운 장면으로 되돌아갑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사회주의는 역사와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를 바탕으로 한, 
슬프고 이미 용도 폐기된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예외 없이 폭정을 낳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늘 다양성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절대적 순응을 강요합니다.

사회주의는 정의와도, 평등과도,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일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사회주의가 관심을 두는 것은 단 하나, 지배계급을 위한 권력뿐입니다.
사회주의는 권력을 가질수록 더 많은 권력을 갈망합니다.
그들은 의료·교통·금융·에너지·교육을 비롯해
모든 것을 운영하고 통제하길 원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정권, 즉 누가 이기고 지는지, 
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심지어는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까지 결정할 권력을 원합니다.
사회주의는 진보라는 깃발 아래서 나아가지만
그것이 결국 가져다주는 것은 부정과 착취와 부패뿐일 뿐입니다.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나 절대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황동규 시인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는 약소민족이라 하더군“

‘태평가’의 시 한 소절을 떠올리며 그 쓰잘 데 없는 이념 때문인가. 욕심 때문인가 모른 채 나뉜 우리나라를, 그리고 이 나라 이 땅과 나를 생각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그 말은 맞는 말인가?

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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