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사회칼럼

[김중겸의 아시아 경찰-라오스] 사람과 자연을 함께 지킨다

여경들

메콩강을 따라 펼쳐진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비교적 평온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수도 비엔티안을 비롯한 도시와 마을에서는 급격한 도시화 대신 느린 변화가 이어지고, 경찰의 역할 역시 강력한 단속보다 공동체 질서 유지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라오스 경찰은 공공안전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 산하 조직으로 지역 치안, 교통 관리, 국경 경비, 치안 유지 및 민원 업무를 수행한다. 시장과 관광지, 국경 인접 지역 등에서는 순찰 경찰의 활동이 눈에 띄고, 교통경찰은 급증하는 오토바이와 차량 흐름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관광객 증가와 함께 외국인 관련 사건 대응 능력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시장을 순찰중인 경찰들

현장에서 만나는 경찰의 모습은 비교적 온화하다. 대도시처럼 무장한 경찰이 긴장 속에 서 있는 장면보다 시장 골목이나 행사 현장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많다. 관광객에게 길을 안내하거나, 지역 주민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흔하다. 이는 강압적 통제보다 공동체 질서 유지에 중점을 둔 라오스식 치안의 특징을 보여준다.

라오스 경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국경과 밀림 지역 관리다. 태국,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와 접한 국경은 밀수, 불법 벌목, 야생동물 밀거래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코끼리를 비롯한 야생동물 보호는 경찰과 산림 당국이 함께 고민하는 과제다.

라오스 인접국가와 국기

라오스는 한때 ‘백만 마리 코끼리의 나라(Lan Xang)’로 불렸다. 13세기 란상 왕국 시절, 코끼리는 왕권과 국력의 상징이자 전쟁과 운송에 필수적인 존재였다. 불교 문화 속에서도 코끼리는 덕과 지혜의 상징으로 존중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 라오스에 남아 있는 코끼리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벌목 산업, 서식지 감소, 관광 산업의 무분별한 이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코끼리 보호 정책과 생태 관광 프로그램이 조금씩 자리 잡으며 개체 수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라오스 코끼리 모자

치안 역시 단순히 범죄를 막는 것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밀렵과 불법 거래 단속, 보호구역 관리 협력이 경찰의 새로운 역할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라오스 거리에서 만나는 경찰은 때로 소박하고 느긋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단순한 질서 유지에 그치지 않는다. 국경을 지키고, 도시의 안전을 관리하며, 동시에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태를 보호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결국 경찰의 존재 이유는 어디서나 같다. 사람들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버티는 일. 그리고 이제 그 역할에는 인간뿐 아니라 자연의 안전까지 포함되고 있다. 메콩강의 나라 라오스에서 경찰은 오늘도 사람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또 하나의 파수꾼으로 서 있다.

2016년 라오스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기념촬영을 하는 공항경찰대 직원들

김중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 이실학회 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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