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방부 일각에서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등 이른바 ‘3군 사관학교 통합’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명분은 효율성과 합동성 강화다. 그러나 이 논의는 출발점부터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결여하고 있다. 우리 군은 과연 통합군 체제를 지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군종 중심의 분권적 구조에 머물러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 없이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수레를 끄는 것이 아니라, 수레가 말을 끄는 앞뒤가 전도된 정책에 가깝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장교 양성의 출발점이자, 장차 군 조직의 사고방식과 문화, 정체성을 규정하는 전략적 제도다. 어떤 군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 의지가 가장 먼저 투영되는 공간이 바로 사관학교다. 따라서 사관학교 통합은 행정 효율이나 예산 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군 구조 개편이라는 상위 전략 목표 아래에서만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교육부터 바꾸겠다는 발상은 개혁이 아니라 혼선이다.
일본의 방위대학 사례가 종종 인용된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육군과 해군이 통합 전략 없이 주도권 다툼에 매몰돼 전쟁을 수행하다 패망했다는 역사적 반성 위에서 방위대학 체제를 설계했다. 일본 자위대는 명확히 통합군을 지향하며, 장교 교육 단계부터 합동성 중심의 사고를 주입했다. 즉 통합된 사관학교는 통합군 체제의 출발점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었다.
한국군의 현실은 다르다. 미군과의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통합군 체제는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했고 합동성 역시 협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구조에서 사관학교부터 통합하는 것은 전략의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다. 과거 각 군 대학을 통합해 합동군사대학으로 운영했다가 다시 원위치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명분과 타당성이 부족한 제도는 결국 되돌아오게 마련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매몰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는다.
이번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최근 계엄 사태와 군 수뇌부 일부의 책임 논란 이후 급부상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만약 지휘 판단의 오류나 책임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개인과 지휘체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 책임을 사관학교 체계 전체로 확장시키는 순간, 개혁은 제도적 응징으로 변질된다. 이는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며, 장교 양성 체계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적 대응에 가깝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통합 검토 과정이다.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각 군을 대표하는 당사자들이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은, 이 논의가 국방 전문성보다 정치적 상징성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을 아는 사람 없이 탁상공론으로 군 제도를 재편하는 방식은 국방 개혁이 아니라 국방 불신의 선언이다.
절충안으로 거론되는 ‘1·2학년 통합 교육, 3·4학년 군종 분리’ 방식 역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인원 배분 기준은 모호해지고, 모집 단계부터 혼선이 불가피하다. 특히 공군 조종사 선발 기준은 육·해군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통합 기준은 결국 어느 군에도 맞지 않는 평균치를 강요하게 되고, 이는 전투력의 질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이면에 사관학교 부지를 밀어내고 주거·개발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발상이 깔려 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만약 사관학교를 ‘도심의 비효율적 공간’으로 인식해 아파트나 상업 시설로 대체하려는 시각이 정책 판단의 기저에 스며들었다면, 이는 군 개혁이 아니라 안보 인식의 후퇴다. 군사 제도를 도시 개발 논리로 재단하는 순간, 국방은 국가 생존의 문제에서 부동산 수익의 문제로 격하된다.
국방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사관학교는 부동산이 아니라 국가의 심장부다. 이를 개발 논리로 밀어내는 순간, 우리는 군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를 경시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과거 국방대학교를 논산으로 이전하며 겪었던 불편과 혼란을 떠올려보면, 제도 이전이 얼마나 큰 비용을 수반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관학교를 통합하기 전에 통합군 체제로 가겠다는 전제만 명확하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통합 논의는 순서가 틀렸다. 통합을 추진한다면 최소한 3년 통합 교육과 2년 군종 심화 교육을 병행하는 5년제 모델, 석사학위 부여, 급여·복지 개선 등 장교단의 질을 유지할 유인책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현재 제시되는 통합안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에 지나치게 빈약하다.
군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장교 양성 체계는 더욱 그렇다. 통합군으로 가지 않는 통합사관학교는 개혁이 아니라 혼선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떠넘기는 결정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말이 먼저고, 수레는 그다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