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사회문화칼럼

“발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

예수님은 족쇄가 채워진 그 발을 잘라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성전 시스템의 바깥에서 참된 생명을 찾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바로 그 길이 되어주셨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만일 네 발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 다리 저는 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나으니라”(마가복음 9:45)

범죄한 손과 발을 잘라버리라는 말씀은 정말 섬뜩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이 표현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다는 것 이상의 절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손과 발이 잘리거나 눈이 성하지 않다는 것은 곧 성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몸에 흠이 있는 자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곳이 성전이었기에 성전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구원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는 것과도 같은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차라리 장애를 가지고 영생에 들어가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을 것입니다. 성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영생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일까요? 그들의 세계관 속에서 성전 입장은 곧 영생 입장과 동일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견고한 세계관에 균열이 생긴 것입니다.

당시 성전으로 대표되는 유대 종교 시스템은 족쇄였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영생을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 말입니다. 예수님은 족쇄가 채워진 그 발을 잘라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성전 시스템의 바깥에서 참된 생명을 찾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바로 그 길이 되어주셨습니다.

건물로서의 성전은 이미 그 생명을 다했습니다. 예수님이 새 성전이십니다.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2:21) 옛 성전은 손발이 성치 못한 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성전은 손과 발이 잘린 자에게도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종교 시스템이 ‘죄인’과 ‘불구’로 낙인찍었던 이들에게 예수님은 문을 열어 젖히시고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만약 율법대로라면 야곱이야말로 하나님 가까이에 다가설 수 없는 사람입니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몸이 성할 때보다 다리를 절기 시작한 이후로 하나님과 더 가까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야곱은 하나님 앞에서 절뚝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자신의 두 발로 견고하게 서 있던 교만을 버리고, 하나님의 부축 없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은혜의 보법을 체득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어쩌면 바로 이 절뚝거림이 아닐까요? 천국은 성한 손과 발을 가지고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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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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