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신앙’이란…”마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입술 한겹 지키는 일 아닐까”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그때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입술입니다.
머릿속으론 무슨 생각인들 못하겠습니까? 찰나에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 게 우리입니다. 마음 지키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입술은 지킬 수 있습니다. 이를 악물 수 있습니다.-본문에서

*잠깐묵상 | 욥기 2장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아니하니라”(욥 2:10하)

평생 모은 재산이 바람처럼 사라지고 자식 열이 한날에 죽고 건강마저 잃어버린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고난’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평이해 보일 정도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욥에게 밀려왔습니다.

성경은 이 거대한 절망 앞에서 욥의 미묘한 상태 변화를 기록합니다. 1장 22절에서는 욥이 그저 ‘범죄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2장 10절에는 ‘입술로’라는 말이 더해졌습니다. 미묘하지만 의미심장한 변화입니다. ‘입술로 범죄하지 않았다’는 이 말은 그 입술 안쪽에서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내용이 요동치고 있었다는 뜻은 아닐까요?

욥은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식 열을 하루아침에 가슴에 묻고도 마음이 잔잔할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이미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당장 3장으로 넘어가자마자 그가 자신의 생일을 저주하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결코 괜찮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있었을 뿐입니다.

사탄이 욥으로부터 듣고 싶어 했던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틀림없이 주를 향하여 욕하지 않겠나이까”(욥 1:11) 사탄은 욥의 입술에서 하나님을 향한 저주 한마디가 튀어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것 하나 노리고 이 무모하고 포악한 짓을 꾸민 것입니다.

욥은 그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죽을힘을 다했습니다. 삼키고 또 삼켰습니다. 마음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져 내렸지만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마지막 보루,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입술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도저히 마음을 지켜낼 수 없는 때가 찾아오곤 합니다. 고난과 절망, 원망, 낙심, 슬픔. 이런 것들은 결코 우리에게 허락을 구하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마음을 헤집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을 지킬 길이 없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그때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입술입니다.

머릿속으론 무슨 생각인들 못하겠습니까? 찰나에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 게 우리입니다. 마음 지키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입술은 지킬 수 있습니다. 이를 악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신앙이란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입술 한 겹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요? 사탄이 원하는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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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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