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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옥철의 수학산책] 신비의 수 ‘파이(π)’

3세기 중국 위나라 수학자 유휘는 <구장산술주>에서 정다각형의 변의 수를 3072개로 늘려 π를 3.14159로 구했고, 5세기 송나라의 수학자 조충지(祖冲之)는 무려 24,576각형을 사용해 구한 π 값 3.1415926을 서양에 전했다. 이 기록은 이후 천 년 동안 깨지지 않다가 15세기 초, 아랍 수학자 잠사드 알카시가 소수 열여섯째 자리까지 구함으로써 조충지의 기록이 깨졌다. 지금은 슈퍼컴퓨터로 소수 50조째 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무려 500페이지짜리 책 1억 권을 채우는 양이다. 하지만 실용적으로는 우주로 보내는 로켓 제어에도 소수 열네째 자리면 충분하다.-본문에서
[아시아엔=손옥철 ‘마사모’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 역임] 인류의 역사에서 원주율 π만큼 오랫동안 관심을 끌었던 수는 없을 것이다. 원둘레의 길이를 지름으로 나눈 값, 원주율은 원의 크기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 이 값을 그리스 문자 π(파이)로 나타내는데, 이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perimetros’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고대인들은 해와 달, 사람의 눈동자처럼 생긴 ‘원’에 대하여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원과 구(球)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π는 아무리 계산해도 소수점 아래 자릿수가 끝나지 않는 무리수로 알려져, ‘하늘의 수’로 불릴 만큼 신비한 수가 되었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인은 원주율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그 값을 약 3이라고 표현하였다. <구약성서> ‘열왕기상’ 7장 23절과 ‘역대기하’ 4장 2절에 있는 다음 구절도 원주율을 3으로 보고 있다.
“또 바다를 부어 만들었으니 그 직경이 십 규빗이요 그 모양이 둥글며 그 높이는 다섯 규빗이요 주위는 삼십 규빗 줄을 두를 만하며…”

정확한 원주율 π를 계산하려는 노력은 고대의 뛰어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공학자였던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BC 287~BC 212)에 의해 이루어졌다.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유클리드로부터 수학을 배운 그는 자신의 친구인 시라쿠사의 헤론 2세를 도와 로마의 침략에 대항하는 무기들을 발명하였다.

헤론 왕이 자신의 왕관이 순금이 아닌 것 같은데 손상하지 않고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고민하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 중에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라고 외치며 알몸으로 거리를 뛰어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시라쿠사가 로마군에 함락된 줄도 모르고 연구에 몰두하다 로마 병사의 칼에 맞아 죽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원주율 π를 계산하는 데 정다각형을 이용하는 방법을 썼다.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는 원주보다 작고, 외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는 원주보다 크다. 또 이들 정다각형의 둘레 길이와 중심에서 변까지의 길이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정다각형에서 변의 수를 늘릴수록 그 모양은 점점 더 원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변의 수가 많아질수록 정다각형의 변의 합계 길이와 중심에서 변까지의 거리는 각각 원의 둘레 길이와 반지름에 가까워진다.

아르키메데스는 변의 수가 96개인 정다각형의 변의 길이와 변까지의 길이를 계산하여 π를 3.140과 3.142 사이로 좁혔다. 이 정다각형을 이용한 π의 계산 방법은 17세기 미적분이 나올 때까지 2000년 가까이 이어졌다.

3세기 중국 위나라 수학자 유휘는 <구장산술주>에서 정다각형의 변의 수를 3072개로 늘려 π를 3.14159로 구했고, 5세기 송나라의 수학자 조충지(祖冲之)는 무려 24,576각형을 사용해 구한 π 값 3.1415926을 서양에 전했다. 이 기록은 이후 천 년 동안 깨지지 않다가 15세기 초, 아랍 수학자 잠사드 알카시가 소수 열여섯째 자리까지 구함으로써 조충지의 기록이 깨졌다.

지금은 슈퍼컴퓨터로 소수 50조째 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무려 500페이지짜리 책 1억 권을 채우는 양이다. 하지만 실용적으로는 우주로 보내는 로켓 제어에도 소수 열네째 자리면 충분하다.

인도 남부 케랄라 학파에서는 14세기에 정확한 π 값을 계산하는 수식이 있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아라비아해를 통해 교역하면서도 정치적 혼란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수학이 발달하였다. 학교에서 스승은 기억하기 쉽도록 시와 경구로 제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원의 둘레를 구하는 시는 다음과 같이 외우도록 가르쳤다. “지름을 4로 곱하고 1로 나누라. 이것에 지름과 4의 곱을 홀수인 3, 5, 7,···로 나눈 값을 음의 부호와 양의 부호를 교대로 붙이면서 덧붙여 나가라. 그 결과는 정확한 원주 길이가 될 것이다. 나눗셈을 많이 할수록 결과가 정확해질 것이다.”

이를 원주 길이 C, 원의 지름을 d라 하고 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C = 4d/1 – 4d/3 + 4d/5 – 4d/7 + 4d/9 ···C/4d = 1 – 1/3 + 1/5 – 1/7 + 1/9 ···, C/d가 π이므로 π = 4 × (1 – 1/3 + 1/5 – 1/7 + 1/9 ···) =3.1415926······

나중에 ‘라이프니츠 급수(Leibniz series)’라 불리게 될 이 무한급수의 값은 원주율 π 값에 정확히 수렴한다.

케랄라 학파가 이처럼 합과 변화율, 무한궤도 계산을 동원했다는 것은 미적분의 개념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세계 수학의 날은 3월 14일이다. 날짜가 3월 14일인 것은 π의 근삿값 3.14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수학 동아리에서 매년 3월 14일을 ‘파이(π, Pi) 데이’로 기념해오던 날을 201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 수학의 날로 공식화한 것이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기념일 제정 연설에서 “수학은 여러 기술 응용과 함께 이제 우리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수학은 여러 다른 학문의 기초일 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뜻일 것이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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