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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홍양호 전 통일부차관의 통일기록서

홍양호 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화두 통일’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의 회고록이자 통일 기록서인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통일’ 화두>는 저자의 청춘과 삶을 통째로 바쳐온 통일 여정을 총망라한 역저다. 책 제목처럼 통일은 저자에게 단순한 정책 과제가 아니라 인생의 화두였다.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983년 국토통일원(현 통일부)에 자원 입부한 순간부터 그의 삶은 곧 통일사였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청년 시절 ‘통일 화두’를 품게 된 개인적 배경과 사상적 토대를 다룬다. 2부는 통일부 재직 시절의 활동과 고뇌가 중심이다. 교류협력국 신설, 이산가족 문제, 비전향 장기수 송환, 북한이탈주민 지원, 남북 군사회담,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굵직한 현안들이 등장한다. 특히 경수로 사업과 대북 인도적 지원, 대규모 남북 회담 과정에서 저자가 직접 체험한 협상의 숨결은 한국 현대사의 내부 기록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3부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으로서 겪은 3년간의 경험이 상세히 기록된다. 개성공단의 위기와 재가동 과정, 북측의 태도와 남측 기업인들의 현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마지막 7인’으로 개성에서 귀환했던 2013년 사건은 당시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바 있는데, 저자는 그 뒷이야기와 교훈을 담담히 서술한다.

4부는 공직 이후 민간에서의 활동이다. 대학 강의, 각종 연구기관과 포럼 참여, 통일단체와 시민사회와의 협력 등이 망라된다. 저자는 민간 영역에서 순수하게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인사들에게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이는 관료적 시각을 넘어선, 민간 통일운동의 가치와 가능성을 재조명하는 대목이다.

마지막 5부에서는 새로운 통일 화두 모색을 다룬다. 저자는 최근 북한의 ‘두 개 국가론’ 주장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한다. 통일은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길이며, 개인적 좌절이나 남북관계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를 향해 이어가야 할 시대적 명제라는 것이다.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김천식 전 차관,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추천사를 기꺼이 냈다. 그들은 이 책을 ‘남북관계사이자 통일운동사’로 평가하며, 후배 세대와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량은 760쪽에 달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교 문서나 정책 보고서로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 협상장의 긴장감, 북한 측 인사의 태도와 심리, 남측 내부의 고뇌가 기록되어 있다. 이는 남북 관계의 ‘공식 기록’을 보완하는 살아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저자의 회고는 개인적 자서전적 성격을 넘어, 한국 현대사와 통일정책의 궤적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통일부에서 27년, 개성공단에서 3년, 민간에서 10년, 총 40년간 이어진 발자취는 한 개인의 삶이자 한 시대의 역사였다. 때로는 낙관과 희망, 때로는 좌절과 분노가 교차했지만, 그는 끝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통일의 길을 붙들었다.

이 책은 통일을 정책적 과제와 더불어 인간적 신념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저자가 말하듯, 통일은 희망적 사고의 결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공이산의 인내와 집념으로만 이룰 수 있는 과업이다. 한국 사회가 통일 담론을 점점 잃어가는 오늘, 이 책은 다시금 통일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내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

홍양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2014년 9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서 열린 개성공단 외국인투자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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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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