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정현 칼럼] 가짜뉴스와 프레임에 갇힌 정치

프레임 정치의 본질은 분열이다.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는 방식은 지역과 세대, 남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갈라놓는다. 국민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사회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 갈등 구조에 갇힌다. 그 결과 국가 전체의 통합 역량은 약화되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는 점점 사라진다. <이미지 AI 제작>

프레임 정치는 사실과 데이터보다 감정과 공포, 분노를 앞세운다. 논리와 근거보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언어가 먼저 작동하고, 그것이 정치적 동력이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사실이 아닌 감정에 의해 판단하게 되고, 왜곡된 정보가 진실처럼 유통된다. 결국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은 점점 약화되고, 사회 전체의 의사결정 수준도 함께 떨어진다.

문제는 프레임 정치가 국가의 핵심 시스템까지 흔든다는 점이다. 검찰과 법원, 감사원, 경찰, 각종 전문기관을 향한 무차별적인 프레임 공격은 국가 운영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제도는 불신의 대상이 되고, 법과 원칙은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소모된다. 그 결과, 국가 시스템은 안정성을 잃고 운영의 정당성까지 위협받게 된다.

프레임이 정치의 중심이 되면 정책 논쟁은 실종된다. 과학과 통계, 전문성에 기반한 토론은 사라지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괴담이 서로를 공격하는 구조로 변질된다. 그 사이 국정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는 늘 소모적인 대립과 정쟁 속에 갇혀버린다. 국정은 추진력을 잃고, 행정은 정치의 눈치를 보게 된다.

프레임 정치의 본질은 분열이다.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는 방식은 지역과 세대, 남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갈라놓는다. 국민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사회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 갈등 구조에 갇힌다. 그 결과 국가 전체의 통합 역량은 약화되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는 점점 사라진다.

과학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치 역시 큰 문제다. 광우병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사드 전자파, 원전 문제 등에서 반복된 공포 정치의 방식은 사실보다 불안을 앞세워 여론을 움직였다. 그 결과 원전, 바이오, 에너지, 과학기술 등 국가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의 경쟁력까지 흔들렸다. 공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문화는 결국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프레임 정치는 국격 하락과 국제적 신뢰 손상으로도 이어진다. 프레임 공격이 외교와 안보 현안으로 확산되면 국가 이미지는 쉽게 손상되고, 외국 정부와 기업의 신뢰도도 하락한다. 이는 투자 위축과 국제 협력 약화로 이어져 현실적인 경제적 피해로 돌아온다. 국내 정치의 왜곡이 국익 전체를 잠식하는 구조다.

프레임 정치가 고착되면 정치는 선동 산업으로 변질된다. 잘못해도 사과하지 않고, 틀려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일상이 된다. 거짓 주장 뒤에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가 반복되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극대화된다. 정치가 신뢰를 잃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문화가 미래 세대에게 그대로 전승된다는 점이다. 정치가 사실보다 선동을 성공 모델로 삼으면, 젊은 세대는 정치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기는 기술이라고 배우게 된다. 진실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왜곡도 정당화되는 잘못된 정치 규범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

프레임 정치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이익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신뢰, 제도, 통합,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좀먹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사실과 데이터, 책임과 전문성으로 돌아가는 정치다. 정치는 다시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정현

3선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정무·홍보수석 역임, 전 새누리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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