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신앙을 탐구한 영적 대서사시입니다.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 시작해 청년기의 방황, 마니교와 철학의 영향, 그리고 회심과 세례, 어머니 모니카와의 이별을 거쳐, 마지막에는 시간과 창조, 삼위일체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그의 삶과 사상을 따라가며, 인간의 연약함과 은총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줄 것입니다. <편집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서양 문학과 신학의 고전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이자 영적 여정의 기록이다. 제1권은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여기서 그는 인간 존재의 근원, 기억의 신비,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첫 고백을 풀어낸다.
하느님을 향한 첫 호흡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주님, 당신을 찬양합니다. 인간은 당신을 찬양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는 글의 첫머리에서 곧장 하느님을 부르고, 인간의 삶은 하느님을 찾고 찬양하는 데 있다는 확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을 알 수 있는지 질문한다.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주님을 찾을 수 있습니까?”
그는 이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것이 오직 은혜 덕분임을 강조한다. 신앙은 단순히 지적 탐구가 아니라, 은총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유아기의 기억..“나는 젖 달라고 울었고, 얻지 못하면 화를 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의 흔적을 지니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는 유아기의 기억을 소환하며, 아기가 울고 요구하는 모습 속에도 이기심과 교만의 씨앗이 있음을 본다. “나는 젖을 달라고 울었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화를 냈다. 그것도 죄였다.”
이 고백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그는 인간 본성의 깊은 뿌리에 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유아기부터 드러나는 자기중심적 본능이야말로 인간이 은총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어린 시절의 배움과 유혹
그는 성장하며 라틴어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도 있었지만, 매질과 강요가 뒤따랐다. 그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단순히 교사의 체벌 때문만은 아니라고 회상한다. 오히려 기억과 모방 능력 덕분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단어를 익히고, 제스처를 이해하며, 언어 공동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말을 배운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도 죄의 흔적을 본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부모 몰래 장난을 치며, 친구들과 잘못된 일에 빠져들곤 했다. 배움을 통해 성장했지만, 동시에 유혹에도 더 깊이 노출되었다.
세속적인 부친, 독실한 모친
아버지 파트리키우스는 세속적 성공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들이 공부를 잘해 출세하길 원했지만, 신앙에는 무관심했다. 반면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모니카는 늘 아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했고, 그 기도는 훗날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을 바꾸는 밑거름이 된다.
제1권에서 이미 모니카의 존재는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훗날 어머니의 기도를 “끊임없이 하느님께 울려 퍼진 눈물의 제물”이라고 부른다.
학창시절, 잘못된 행동 알면서도 즐기며 죄의 본질 ‘통찰’
아우구스티누스는 학창 시절, 공부에 열심을 내면서도 동시에 유혹에 약한 자신을 고백한다. 친구들과 몰래 장난을 치고, 훔치고, 싸우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이러한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즐거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그는 죄의 본질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죄는 단순히 욕망을 채우려는 행위가 아니라, 잘못된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왜곡된 본능이라는 것이다. 훗날 제2권에서 자세히 다룰 배 도둑질 사건의 전조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하느님을 향한 질문…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어떻게 제 안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까?” 그는 신플라톤주의적 사유를 빌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채우시면서도 그 어떤 피조물에도 갇히지 않는 분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고백은 단순한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기도다. 그는 어린 시절의 죄와 무지, 배움과 방황을 떠올리면서, 그 모든 순간에 하느님이 이미 함께 계셨음을 깨닫는다.
고백…“주여 제가 당신을 찾은 게 아니라 당신께서 저를 찾으셨습니다”
제1권은 인간의 근본적 조건을 드러낸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중심적이고, 유혹에 약하며, 죄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하느님을 찾도록 창조된 존재다. 기억과 배움, 가정과 사회는 모두 하느님께 나아가는 과정 속에 위치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 제가 어디에 있었기에 이제야 당신을 찾습니까? 그러나 제가 당신을 찾은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저를 찾으셨습니다.”
‘고백록’의 교훈…죄의 뿌리와 은총의 손길 동시에 발견
<고백록> 제1권은 단순한 유년 시절의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성의 뿌리에 대한 성찰이며, 은총의 필요성에 대한 첫 증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이미 그때부터 하느님의 섭리가 자신을 인도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의 고백은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끄신 흔적일 수 있다. 죄의 뿌리와 은총의 손길을 동시에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고백록>이 전하는 첫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