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와 NHK, ‘보도의 품격’ 차이점 비교
우리 방송을 시청하지 않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변 사람들 가운데서도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민간 방송 중에는 시청률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방송국이 시청률을 어떻게 조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방송은 결국 시청자에게 외면당한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 방송, 편파적인 방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유튜브나 해외 방송을 실시간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굳이 국내 방송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시청자들도 많아진 듯하다.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설치하면 외국어 방송도 실시간으로 거의 완벽하게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해당 언어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AI 기반의 순차 통역 덕분에 방송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방송 분야에도 AI 혁명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성능 휴대용 카메라의 보급으로 과거 방송 장비를 능가하는 영상이 이제는 2~3명의 소규모 제작 인원으로도 가능해졌다. 향후 대하드라마나 특수 제작을 요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대형 방송사의 존재 이유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공영방송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다양성 속에서도 공영방송은 여전히 ‘국민의 눈과 귀’, ‘공적 판단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NHK와 대한민국의 KBS는 모두 공영방송이라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과 태도, 연출과 철학 면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단지 뉴스의 형식이나 장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을 대하는 자세, 공공정보를 다루는 태도, 뉴스가 지닌 무게감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외형적 차이-복장은 메시지인가? 연출과 단정함 사이
NHK의 앵커들은 전반적으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남성 앵커는 넥타이 없이 단정한 셔츠를 입고, 여성 앵커는 심플한 평상복 차림이며, 얼굴에는 거의 분장이 없다. 이는 “뉴스의 주인공은 앵커가 아니라 정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KBS는 시각적 연출이 두드러진다. 남성 앵커는 정장과 넥타이로 무장하고, 여성 앵커는 연예인 못지않은 화장과 스타일링을 한다. 조명, 세트, 카메라 구도까지 화려함을 추구하며, 이는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호감 이미지’를 파는 쪽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방송의 본질이 흐려지고, 뉴스는 상품처럼 포장된다. 아나운서의 복장은 대체로 정장이며, 그 복장이 오히려 뉴스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체면 문화가 반영된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제보도와 정치성: 깊이와 속보 사이
국제 뉴스를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 필자는 가능하면 아침 시간대 NHK 뉴스를 시청한다. NHK는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설과 국가 전략적 시야를 중시한다. 예컨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나 미국 대선 동향에 대한 보도는 단순 인용이 아니라 지정학적 분석과 향후 영향 예측까지 포함한다. 국제 뉴스는 일본 국민이 직면할 현실적 문제의 배경으로 다뤄진다. 물론 국가 이익에 반하는 민감한 내용은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반면 KBS의 국제보도는 해외 사건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외신 인용이 주를 이루며, 한국과의 직접 관련성보다 사건 자체의 자극성이나 정치적 논쟁거리로 변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깊이는 부족하고, 균형은 흔들린다. 발언이나 사건을 국익과의 연관성 없이 그대로 방송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NHK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합리성을 설명하기도 하며, 시청자에게 판단의 여지를 남긴다. 반면 KBS는 정권 교체에 따라 편향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잦고, 시사 프로그램이 특정 정파의 논쟁 무대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발언이 거의 매일 하나 이상의 꼭지로 포함된다.
기상보도의 뉴스성:생존 정보인가, 장식적 요소인가
NHK는 뉴스의 시작, 중간, 끝에서 세 차례 이상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비가 오는지 여부를 말하는 수준이 아니다. 시간대별 강수량 변화, 해역별 풍속, 위험 지역 경보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안전 정보가 포함된다. 기상 보도는 일본 사회의 재난 대비 체계의 일부이며, 시민이 일상 속에서 생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기본 인프라다. 지진과 쓰나미의 위협을 상시 안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는 필수적인 보도 항목이다.
반면 KBS는 날씨 정보를 대부분 뉴스 말미에 배치한다. 밝은 음악과 미소, 감성적 멘트를 곁들여 ‘마무리 포인트’처럼 처리된다. 재난 경보나 기후 위기 관련 정보는 별도의 전문 영역으로 분리되며, 본 뉴스 흐름과는 유리된다. 정보 제공보다는 감정 정리 도구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기상 아나운서의 복장도 눈에 띄게 다양하며, 협찬 의혹이 들 만큼 매일 달라진다. 기상캐스터의 급여 수준으로는 매일 다른 정장을 준비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뉴스는 시민을 어떻게 보는가?

결국 이 모든 차이는 방송이 시민을 소비자로 보는가, 아니면 주권자로 보는가의 시각 차이로 귀결된다. NHK는 시청자에게 “당신은 정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면 KBS는 “이건 우리가 편집한 메시지야, 편하게 봐”라고 말하는 듯하다.
공영방송의 품격과 지향 방향
공영방송은 단지 국영방송이 아니다. 국민에게 가장 먼저 경고를 제공하고, 냉정한 해석을 전하며, 중립을 지키되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NHK는 그 무게감을 조심스럽고도 책임감 있게 짊어지고 있다. KBS는 아직도 뉴스의 엔터테인먼트화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뉴스는 하나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 국민이 존중받고 있는지, 정치 권력이 미디어를 조종하고 있는지, 정보가 상업화되고 있는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지금 우리는, 그 거울 앞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