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칼럼

플라톤의 ‘국가’에서 ‘코리아타운’까지…현대판 ‘이상촌’을 꿈꾸다

코리아타운은 단순한 상권이나 민족 거주지가 아니라, 한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고, 세계 시민 속에서 자율과 공존을 실현할 수 있는 현대적 ‘이상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리아타운이 다시 공동체의 가치, 자율적 운영, 도덕성과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 세계 곳곳에 자리한 코리아타운은 지금도 이상을 품을 수 있다.(본문에서) 사진은 뉴욕 코리아타운 안내판. 브로드웨이와 나란히 붙어있다.
[아시아엔=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상적인 사회를 꿈꿔왔다. 현실의 부조리와 불평등, 권력의 남용 속에서 사람들은 늘 정의롭고 평등하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를 상상해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학자가 통치하는 계급 없는 정의로운 국가를 설계하였다. 그가 제시한 이상국가는 지혜와 절제, 용기와 정의가 조화를 이루며, 사유재산을 제한하고 개인보다 공동체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공공 중심의 질서를 통해 실현된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노동하고 분배받는 섬나라 사회를 묘사했다. 이는 당시 영국 사회의 계급제도와 탐욕적 현실을 비판한 정치적 풍자이자, 또 하나의 이상사회 설계도였다.

이러한 서구의 이상사회 사상은 19세기 덴마크의 교육운동가 그룬트비(N.F.S. Grundtvig)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삶을 위한 학교’라는 자유교육 모델을 제시하며, 공동체 중심의 교육과 자치를 통해 실제 농촌 사회의 개혁을 시도했다. 그의 실험은 교육 개혁을 넘어, 현실 가능한 이상공동체 건설의 시도였다.

이상향에 대한 열망은 동양에도 있었다. 조선 후기 문인 허균은 『홍길동전』에서 신분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율도국’을 상상했다. 주인공 홍길동은 현실의 부조리를 떠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백성들과 함께 평등하고 자율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이는 조선 사회의 봉건적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한국적 이상사회의 상징적 표현이었다.

이상사회의 꿈은 식민지 시기 독립운동가들에게도 계승되었다. 도산 안창호는 단순히 정치적 독립을 넘어, 도덕적 민족 형성을 통한 자율적 공동체 건설을 추구했다. 그는 미국 내 한인사회에 ‘대한인국민회’를 조직하고, 교육·문화·출판·상조 활동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독립된 조국의 모델을 미주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 공동체를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라 부르며, 실질적 민족 공동체의 실험장을 열었다.

이탁 역시 만주에서 부민단 등 자치조직을 운영하며 교육과 생산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건설을 시도했다. 그의 ‘이상촌’ 구상은 단순한 항일 무장투쟁이 아니라, 자치적 농촌 공동체를 통해 민족의 자립 기반을 세우려는 시도였다. 실질적 농업 생산과 교육 시스템, 공동의식을 바탕으로 이상사회의 기초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이제 시선을 현재로 돌려보자. 오늘날 세계 곳곳의 코리아타운(Koreatown)은 초기에는 이민자들의 생존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교육, 종교, 상업, 문화가 융합된 복합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세대 간 단절, 본국과의 거리감, 이념 갈등, 현지 사회와의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공동체성은 약화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은 단순한 상권이나 민족 거주지가 아니라, 한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고, 세계 시민 속에서 자율과 공존을 실현할 수 있는 현대적 ‘이상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리아타운이 다시 공동체의 가치, 자율적 운영, 도덕성과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 세계 곳곳에 자리한 코리아타운은 지금도 이상을 품을 수 있다. 정체성과 자치성을 지닌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오늘날 우리가 현실 속에서 꿈꾸는 이상촌을 구현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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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한국외대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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