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나 역시 그런 대우를 받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급하거나 기밀을 요구하는 일이 있을 경우, 일정 수준의 예우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특별함이 일상이 되거나 사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거나, 권위와 체면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스스로 거부하거나 자제해야 마땅하다.
특별 대우나 의전은 마약과 같아서 익숙해질수록 그것이 잠시라도 소홀해질 때, 모욕감을 느끼고 보복하려 드는 일까지 생긴다. 나 역시 공사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점에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크다.
국회의원, 대통령 수석비서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일반 시민으로 돌아와 돌이켜보니, 과거 나의 말투와 행동거지가 몹시 부끄럽게 느껴졌다. 선출직 정치권력자, 상위 부유층, 고위 관료, 특정 집단 등이 법과 규범 위에 있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그런 사람일수록 위에는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고, 아래는 거리낌 없이 밟는 경향이 있다.
누구에게도 법치를 파괴할 예외적인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정치 특권은 어떤 이에게도 허용되지 않으며, 권력 남용 역시 마찬가지다. 법과 규정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적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 전반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치 혐오를 확대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는 정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분야에서도 특정 기업에 특혜가 집중되거나 소수에게 경제 권력이 몰릴 경우, 결국 시장에 대한 불신과 국민의 불만이 누적되어 경제 질서는 붕괴하게 된다. 권력과 자본, 언론이 결탁하여 로비와 투기를 정당화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되며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성장은 그 순간 정지할 수밖에 없다.
사회 분야도 다르지 않다. 금수저 특권층이 권력에 의해 용인되는 순간, 사회적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능력보다 연줄과 배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정적인 통치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무제한의 재정권, 정책권, 예산권, 사정권, 정보권, 정부입법권, 폭력권, 사면권 등을 행사하게 되면, 헌법과 법률은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해질 것이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특정 기업 중심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거나, 엘리트 집단의 통제가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권력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민이 주인인 민주국가’가 아니라 ‘민이 졸(卒)이 되는 민졸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기회는 모든 국민에게, 특권은 아무에게도”라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때, 국민은 행복하고 국가는 지속가능한 초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