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란 무엇일까?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는 주제다. 노화는 시간이 흐르며 생물학적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이다. 노화 세포, 즉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이른바 ‘좀비 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피부를 포함한 신체 여러 부위에 축적되어 다른 조직의 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노화 및 연령 관련 질환에서는 다양한 조직에서 노화 세포의 축적이 관찰된다.
세포 노화는 다양한 생리적·병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세포의 운명으로, 성장의 영구적인 정지와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 SASP)이 특징이다. 이 노화 세포는 염증 유발 인자 및 신호 전달 분자 등, 이른바 SASP를 분비해 인접 세포의 노화까지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노화와 SASP는 종양 억제, 배아 발달, 조직 복구 등 유익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오히려 조직 노화와 연령 관련 질병을 촉진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노화는 특정 장기에 국한된 현상일까? 세포 노화는 어떻게 전신으로 확산될까? 그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미궁에 빠져 있었다. 최근 대한민국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세포 노화가 혈류를 통해 전신적으로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는 노화를 단순한 국소적 세포 변화가 아니라 전신적 현상으로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며,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전옥희 교수 연구팀은 세포 외 SASP의 핵심 인자인 고이동성 그룹 박스 1(High Mobility Group Box 1, HMGB1) 단백질이 멀리 떨어진 조직까지 노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내분비학 및 대사 분야 상위 4.6% 학술지인 Metabolism – Clinical and Experimental (영향력 지수 10.9)에 최근 게재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25kDa 크기의 산화환원반응(redox-sensitive)에 민감한 HMGB1의 동형인 환원형 HMGB1(ReHMGB1)**이 혈류를 통해 순환하며, 신체 다른 부위의 조직에서도 노화를 유도한다는 최초의 실험적 증거가 제시되었다.
전 교수팀은 시험관 내(in vitro) 및 생체 내(in vivo) 모델을 통해 ReHMGB1이 산화된 형태(OxHMGB1)가 아닌 경우에 섬유아세포, 신장 상피세포, 골격근 세포 등 다양한 인간 세포에서 노화 유사 반응을 강하게 유도함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전신적으로 ReHMGB1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노화 마커인 p21, p16 단백질의 발현과 함께 SASP 인자의 분비가 증가했고, 근육 기능 또한 저하되었다. 반대로, 중년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근육 손상 모델에서는 항-HMGB1 항체를 투여한 결과, 노화 마커가 감소하고 근육 재생은 촉진되었으며 신체 기능도 향상되었다. 이는 ReHMGB1이 노화 관련 조직 기능 저하의 원인일 수 있으며, 이를 치료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ReHMGB1이라는 단백질은 먼 조직에까지 노화 신호를 전달하여 재생을 방해하고 근육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단백질을 항체로 차단하면 세포 노화 지표가 줄고, 조직 회복이 촉진되며 전반적인 신체 기능도 향상되었다.
전옥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 신호가 단지 특정 세포에 국한되지 않고, 혈액을 매개로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ReHMGB1 경로를 차단하면 조직 재생 능력이 회복되며, 이는 노화 관련 질환 치료의 유망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