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배진건 칼럼] 뇌의 ‘인생 지도’ 변화를 느끼고 계십니까?

왼쪽부터 푸틴, 시진핑, 김정은
[아시아엔=배진건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작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천안문 망루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모두 72세, 김 위원장은 40대 초반으로 추정됐다. 세 사람 모두 장기 집권 중인 권력자들이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핫 마이크(hot mic)’를 통해 전해졌다. 시 주석의 말을 통역하던 이는 “예전에는 70세를 넘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요즘은 70세도 젊다고 한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 측 통역은 “생명공학 발전으로 장기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은 점점 더 오래 살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번 세기에 150세까지 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응수했다.

영생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과연 인간의 뇌가 평생 고정된 기관이 아니라, 일정한 시점마다 ‘조용한 재구성’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케임브리지대학교 MRC 인지·뇌과학 연구소가 주도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일생 동안 다섯 단계로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 연구진은 0세부터 90세까지 약 400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확산 스캔 데이터로 분석해, 뇌 구조가 네 차례의 중요한 전환점을 기준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1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첫 번째 전환점은 약 9세 전후다. 출생 직후 과잉 형성됐던 시냅스는 이 시기를 거치며 정리되고, 더 효율적인 신경 연결만 남는다. 이 과정에서 인지 능력은 급격히 변화하고, 동시에 정신 건강 문제의 위험도 증가한다.

두 번째 전환점은 평균 32세 무렵이다. 청소년기 동안 증가하던 백질 연결은 이 시점에서 성인형 구조로 완전히 전환된다. 연구진은 이 시기를 “인간 생애에서 가장 강력한 신경학적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신경과학자 알렉사 무슬리 박사는 “32세 전후에 신경 연결의 방향성과 전체 궤적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후 약 30년간은 비교적 안정된 성인기가 이어진다. 연구진은 이 시기가 지능과 성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시기와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뇌 내부에서는 영역별 분화와 ‘분리’ 현상이 서서히 진행된다.

세 번째 전환점은 66세 전후다. 이 시점부터 초기 노화가 시작된다. 뚜렷한 구조 붕괴는 없지만, 뇌 네트워크 패턴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인지 기능 저하가 점진적으로 시작된다. 백질 연결은 부분적으로 약화된다.

마지막 전환점은 약 83세 무렵이다. 후기 노화 단계에 접어든 뇌는 전체 연결은 약해지지만, 자주 사용하는 일부 회로는 오히려 강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진은 “노화는 단순한 기능 저하가 아니라, 뇌가 환경에 적응하며 사용 전략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마다 급격한 전환을 거친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맞닿아 있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단백질 변화를 기준으로 노화의 급진적 변곡점이 34세, 60세, 78세에 나타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연구 방법은 달랐지만, ‘노화의 불연속성’이라는 결론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다시 베이징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72세 동갑내기 시진핑과 푸틴은 66세 이후 시작되는 초기 노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변화의 신호를 감지하지만, 절대 권력의 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 신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이들 주변에 ‘역노화(anti-aging)’를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역노화’가 아니라 ‘느린 노화(slow aging)’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뇌는 늙어가는 동시에, 끝까지 적응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변화를 감지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배진건

배진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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