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년 전에 읽었던 <동물농장>을 최근 우연히 다시 읽게 됐다.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소설이라기보다 시나리오 같다는 전율을 느꼈다. 호남과 민주당이 하고 있는 현실 정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나폴레온과 그의 친위세력이 그러하듯, 호남의 주요 주도권은 민주당에 집중돼 있다. 호남에서의 주요 의사결정이 민주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점도 소설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당 대통령들은 천의무봉이고, 그들이 아니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것처럼 말하는 장면이 소설 속 나폴레온 세력에게 나온다. 자신의 행위와 정책을 유튜브·SNS·팬덤 언론 등을 앞세워 반복적으로 쇠뇌시키는 모습은 소설 속 선전 담당 측근 스퀼러의 역할과 겹친다.
보수 대통령들과 검찰·보수언론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공동의 적처럼 삼는 것과 같이, 소설에도 유사한 내용이 상당히 나온다. 입만 열면 서민과 약자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현실이, 소설 속에서 동물들의 희생을 감성적으로 포장하는 장면과 닮았다.
소설은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동물들이 반발하면 정적 스노볼 탓으로 돌려 마녀사냥하듯 공격한다. 현실 정치에서도 책임 회피 수단으로 여러 정적을 치는 모습을 본다. 나폴레온은 집단 의사결정을 무력화하고 사실상 본인 뜻대로 움직이는 1인 통제를 하는데,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나폴레온 세력이 당초 내걸었던 7개의 규율을 상황에 따라 수정하는 대목에서는 중도·실용 공약이 변질되는 현실이 떠오른다. 당내 비판 인사를 축출하고 고립시키는 것처럼, 소설에서도 내부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공개 처벌한다.
소설에서는 설탕과 맥주 같은 선심을 제공하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포퓰리즘 정책과 많이 닮았다.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여론전과 압박 정치를 하는 것 역시, 숨겨둔 아홉 마리 사냥개를 이용해 공포를 조장하는 장면과 판박이다.
나폴레온은 외부 위협을 내부 결속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실 정치도 그대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주장하다가,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내용 아닌가.
국가 재정권과 인사권, 정책권을 사유 권한인 것처럼 한다는 비판은, 농장이 나폴레온 1인 통치하에 있는 것과 똑같다. 민주당이 부동산 같은 정책 실패를 전 정부나 야당 탓으로 전가하듯, 소설에서도 풍차 공사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린다.
소설 속에서 충성하는 동물에게는 보상을, 반대자에게는 가혹한 처벌을 한다. 현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반대 야당과 비판 언론이 수난을 당하듯, 소설에서도 나폴레온 비판은 용납되지 않는다. 자신들은 민주주의 수호자, 상대는 독재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도, 자신들은 정의고 인간은 악이라는 소설 속의 이분법과 비슷하다.
마치 무오류인 것처럼 위기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나폴레온과 닮았다. 한 유력자가 20년 통치와 죽을 때까지 집권하겠다고 공개 천명한 것은, 소설 속 나폴레온 무리들이 종신통치를 꿈꾸는 장면과 같다.
136페이지, <동물농장>을 읽다 보면 민주당의 다음 수순이 훤히 보이고, 민주당의 끝자락도 짐작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