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정현 정치칼럼] 세종에게 배우는 토론과 경청의 리더십

세종은 신하들과의 스스럼 없는 대화를 통해 학문과 과학기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세종과 장영실의 스토리를 다룬 영화 <천문> 포스터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 답은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에게서 찾을 수 있다. 세종대왕의 통치 철학은 “의논합시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는 경연을 즐겼고, 신하들과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정책을 구상했다. 말 그대로 집단지성을 이끌어낸 지도자였다.

세종실록에는 이러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세종은 때로 신하들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고, 감정이 상할 정도의 의견 충돌도 있었다. 하지만 경연이 끝날 무렵이면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짐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말로 손해 보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짐이 더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도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위의 손상이 아니라 의견을 듣지 않는 것임을 보여준다.

어느 날 세종은 신숙주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세종은 집무실로 돌아와 신숙주에게 술과 고기를 하사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짐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일화는 세종 리더십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논쟁은 허용하되 감정을 남기지 않는 자세였다.

세종은 여성 노비들의 출산 중 사망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출산휴가를 제도화했다. 나아가 남편 노비에게도 출산휴가를 주도록 했다. “노비도 하늘이 낸 백성”이라는 철학이 그의 정책에 반영되어 있었다. 그는 권력을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신하들과의 토론을 통치의 중심에 두었다.

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이 점은 큰 교훈이 된다. 회의는 형식이 아닌 실질을 담아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사전에 준비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며, 토론 끝에 정책이 도출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책은 살아 있는 정책이 된다. 리더는 토론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는 존재여야 한다.

정치 지망생이라면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자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대왕은 그런 태도로 위대한 임금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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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3선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정무·홍보수석 역임, 전 새누리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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