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으로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은 지금도 끊임없는 군사 분쟁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이란의 핵 개발에 우려를 표명하며, 서방과의 핵 협상에 불신을 보여온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2일 ‘일어나는 사자(Operation Rising Lion)’ 작전을 개시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공습했다. 이어 6월 21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지하고 이란의 핵 폐기를 촉구하며 ‘한밤의 망치(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을 단행, 이란의 핵시설을 추가로 타격했다.
비록 이란과 이스라엘/미국 양측이 미국의 휴전 중재를 수용해 12일간의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란이 핵 개발 의지를 거두지 않을 경우 충돌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에서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다음 다섯 가지 주요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중동 아랍국가들의 선택은?
중동 아랍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란과도 갈등이 깊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사일 및 전투기가 아랍국가들의 영공을 횡단하고, 중동에 주둔한 미군 기지들이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자, 아랍국가들이 더 이상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지, 이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지, 혹은 제3의 세력으로 중재에 나설지 여부는 향후 전개를 가늠할 주요 변수다.
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득실은?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중동에 외교·군사 자원을 집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재정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며 전쟁을 지원해왔으나,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 인프라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란-러시아 동맹이 미국-이스라엘 동맹과 대립하게 되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3. 미국-이스라엘 동맹은 트럼프식 동맹외교의 예외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안보 의존도를 문제 삼으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방위비와 무역 문제에 있어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스라엘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트럼프가 공언한 휴전 시작 시각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공습을 감행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이스라엘 주도의 군사작전에 트럼프가 협조했고, 이후에도 협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을 계속 용인할지, 혹은 장기전의 미국 내 파장을 우려해 외교적 제동을 걸 것인지가 향후 미중동 외교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4. 북한은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북한에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나는, 핵 개발을 지속하다 군사적 타격을 받은 이란의 사례가 북한에 ‘트럼프식 핵협상’을 다시 고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란이 핵을 완성하기 전에 공격받은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B-2 폭격기, 벙커버스터 등 전략무기의 위력을 지켜본 북한은 안보 불안을 느끼는 동시에 협상력 강화의 동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습 공습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외교적 신뢰를 더욱 거둘 가능성도 있다.
5.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층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강경 외교를 지지해왔지만,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는 고립주의 성향도 뿌리 깊다. 중동에서의 군사개입은 이들 사이에 논란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노선’을 유지할 경우 지지층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이란에 대한 개입이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수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 개입을 반대하며 내부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트럼프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이란과의 협상 재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립주의 세력을 배제하며 더 강경한 노선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중동 지역을 넘어 미국, 유럽, 동북아 전반의 안보 및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외신은 이 전쟁 개입을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건 도박’이라 평했으며, 어쩌면 세계의 미래 또한 그 도박의 결과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2기 시대가 다시 한번 국제 질서의 격동을 실감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