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정책은 우선순위 설정·정치엔 견제와 균형·외교는 신뢰 및 실용

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을 맡기거나, 필리버스터 제도의 운영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는 제도적 신뢰를 높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 입법 지연은 감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작은 손실로 큰 이익을 얻는’ 소실대득(小失大得)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This is the most consequential election”(이번이 가장 중요한 선거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선거는 중요하다. 그 결과는 정치 체제와 사회 전반, 나아가 국제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았다면? 혹은 그가 재선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정치와 외교는 분명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에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조기 실시됐다. 이는 6개월 전 비상사태 선포와 해제를 거치며 이어진 정치적 혼란의 마침표가 될 수도, 혹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한국 정치의 방향성과 거버넌스 구조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다.

지난 제20대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던 이재명 후보가 이번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는 탄핵으로 인한 권력 공백 이후 국내 정치의 정상화,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 재정립 등 다층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점한 여대야소 구도는 정부 출범 초기에 강력한 국정 추진력을 가능케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재명 정부가 부여받은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다음은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세 가지 사항이다.

첫째, 정책 우선순위를 신속히 설정하길 바란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유한하며,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점차 소진된다. 임기 내 모든 국정 과제를 완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금개혁,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어떤 과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대통령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 핵심 정책은 명확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과거 정부에 대한 청산 문제는 그 범위와 방식에 따라 정치적 자원과 사회적 에너지를 크게 소모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둘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정치적으로 실현하길 바란다.
여대야소 구도는 강력한 입법 추진력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입법 독주’라는 우려도 동반한다. 현재 개헌 논의 속에서 대통령 권한의 분산도 거론되고 있지만, 개헌 이전이라도 정부와 여당이 선제적으로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제도적 균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을 맡기거나, 필리버스터 제도의 운영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는 제도적 신뢰를 높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 입법 지연은 감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작은 손실로 큰 이익을 얻는’ 소실대득(小失大得)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외교에서 실용성과 신뢰를 조화롭게 구현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해왔다. 이는 미국·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과의 협력을 지속하되, 중국·북한·러시아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국가들과도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외교적 균형은 때로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춰져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만큼, 앞으로의 실용 외교는 ‘진영 기반의 현실주의’ 위에서 실행되기를 바란다. 특히 한미일 3국 공조뿐 아니라, 호주·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북·중·러에 대한 대응 외교를 병행한다면, 실용 외교의 실질성과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종은

미국 노스 그린빌 대학 (North Greenville University) 정치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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