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착상태 빠진 러-우 전쟁 협상, 해법은 ‘영토 유보’?

푸틴과 젤렌스키(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외교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장담과 달리, 협상은 교전국 간 첨예한 입장 차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의 처리 문제다. 미국은 현재의 교전선을 실질적인 국경선으로 삼자는 안을 제안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거부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점령지를 되찾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러시아는 2022년 병합을 선언한 4개 주에 대한 영유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양측 모두 비현실적인 목표를 고수하며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완전한 영토 수복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러시아는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병합을 주장한 지역 중 상당수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에 있다.

이 같은 협상 난항의 배경으로는 행동경제학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 주목된다. 사람들은 현재 상황이 심리적 기준점보다 낮다고 느낄 경우, 손실을 만회하려는 심리로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양국 모두 현재 전황을 손실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손실을 공식화하는 어떤 협정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에겐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가 기준점이며, 러시아에겐 크림과 병합 4개 주의 영유권 인정이 마지노선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있어 핵심 과제는 양측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수용 가능한 협정안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군사지원 중단이나 제재 확대 같은 강압외교와 병행해, 보다 현실적인 절충안이 제시돼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교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설정하되, 양측의 영토 주장은 공식적으로 유보하고, 크림과 분쟁 지역의 최종 지위는 종전 후 협상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불완전한 타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쟁의 즉각적 종식을 도모하면서도 장기적 평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략이다. 이는 과거 베르사유 조약처럼 패전국에 무리하게 영토 포기를 강제하는 방식이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고려한 것이다.

잠정적 유보안은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향후 러시아의 정치적 변화 등을 통해 영토 수복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국민적 설득력 있는 타협 근거가 된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 양측의 심리적 기준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정학적 구도가 고착화되면 현재의 경계선을 사실상의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유보안은 근본적 해결을 미루는 것이며, 향후 분쟁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전쟁 3년째를 맞은 지금, 미국과 국제사회는 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보다 명확한 영토 해법을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협정을 양측이 수용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외교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종은

미국 노스 그린빌 대학 (North Greenville University) 정치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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