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30대 후반 美대학교수가 본 한국 대선과 민주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왼쪽부터)가 5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엔=이종은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미국 노스그린빌대학교 정치학 교수] 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노스그린빌 대학교에서 정치학 교수로서 가르치고 있다. 필자는 국제관계, 유럽정치, 동북아 정치 등 수업들을 가르치면서, 대학생들에게 국제정세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한다. 특히 지난 학기 동북아 정치수업에서는 한국의 현대정치에 대해서 강의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비교했다. 작년 11월 미국에서 대선이 실시되면서, 대통령제 국가들인 한국과 미국 선거의 유사점과 차이점들을 강의할 수 있어서 필자에게도 유익한 수업이었다.

다음주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필자는 작년 12월, 수업 도중 학생이 왜 한국에서 계엄이 선포되었는지 질문했을 때 당혹스럽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탄핵 판결 이후에 대선 과정을 관찰하면서 미국의 대선과 비교한 몇 가지 측면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나라의 대통령 선거들, 서로가 본받을 점들을 무엇인가?

  1. 대선 토론

미국과 한국은 기본적으로 대선 정책 토론회를 총 3회 진행한다(단, 작년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 및 해리스와 각각 한 차례씩, 총 두 차례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한국 대선 토론을 시청하며 미국과 두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다.

첫째, 1992년 대선 이후 미국에서는 양대 정당 후보만 대선 토론에 참여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군소 정당 후보를 포함해 총 4명의 후보가 이번 대선 토론에 참여했다. 참여 후보 수는 토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유력 대선 주자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협공을 당하거나, 이념 성향에 따라 후보들이 정책 연대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둘째, 미국 대선 토론에서는 진행자가 모든 질문을 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후보들이 서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질문 주도권 시간”이 주어진다.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후보 간 역동적인 토론을 장려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2. 후보 단일화

승자독식 대통령 선거제도에서는 정치세력들이 양대 대선진영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경우, 양대 정당들이 군소정당 내지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가 자주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지율에서 현재 2위인 후보가 3위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선거 빅텐트’를 구성하려고 후자에게 적극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단일화는 성사되기 싶지 않고, 성사되어도 반드시 효과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군소 정당의 지지율이 미미해 양대 정당이 단일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작년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다. 당선 후 트럼프는 “미국을 더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라는 대선 공약을 내세웠던 케네디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대신, 미국 대선에서는 부통령 후보 지명이 일종의 단일화 역할을 한다. 양대 정당은 당내 계파 통합, 부동층 지지 확보, 또는 대선 후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트럼프와 해리스는 경합 지역인 미국 중서부의 블루칼라 및 서민층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각각 J.D. 밴스와 팀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3. 사전 투표

한국에서는 선거일 며칠 전 이틀 간 사전투표를 실시한다. 이는 투표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사전투표 이후 마지막 2~3일간의 선거 유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지지층 투표율 상승이 절실한 대선 후보들은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한다.

미국에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참여가 확대되었다. 당시 미국 공화당은 사전투표와 우편 투표를 불신하고, 투표 당일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2024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역시 민주당과의 투표율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비록 불신은 남아있지만)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장했다.

4.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뒤쳐졌던 후보들은 이 기간 동안 지지율 역전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고, 유권자들은 선거 결과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표율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단, 미국도 지난 대선에서는 선거일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인 경합주들이 있어서 개표결과에 대한 서스펜스가 컸다.

5. 행정부, 입법부 동시선거

미국에서는 대선과 함께 하원 전체 의석 및 상원 의석 1/3에 대한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공화당은 작년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며 트럼프 2기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대선과 입법부 선거에서 ‘교차투표’를 하는 유권자들도 있으며, 실제로 대선과 입법부 선거에서 다른 정당이 승리한 사례도 종종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선과 국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지 않아 대선 승자를 지지하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나 견제하는 ‘언더독(underdog)’ 효과가 바로 국회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에 필자는 대학생들과 개표결과를 시청했다. 예상보다 일찍 승자가 확정되어서 놀랐지만, 폭력사태 없이 평화적인 승복이 있어서 안도했다. 반면, 미국의 선거제도와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 대선을 관찰하면서 미국과 비슷한 문제점들이 보이기도 하고, 더 긍정적인 모습들(대선토론,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등)도 보였다. 미국처럼 부통령후보가 있으면 선거 양상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종국적으로 한국 대선도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향후 한국 정치가 해외 대학생들에게 모범 사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이종은

미국 노스 그린빌 대학 (North Greenville University) 정치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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