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윤재석의 시선] “6.25 75돌 맞아 한미상호방위조약 시대에 맞게 손봐야”

1953년 8월 8일 아침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변영태 외무부 장관(왼쪽)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위 38도선 전역에서 인민군의 불법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기까지 3년 넘게 계속되며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8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냈고, 사회 기반 시설과 산업 시설도 크게 파괴됐다.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는 김일성의 무력 야욕과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의 애치슨 라인 선언이 있었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을 잇는 방위선을 발표하며 이 선 밖 지역에는 군사적 개입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써 한국과 대만은 방위선에서 제외됐다. 광복 후 한반도 남쪽에 주둔하던 미군은 T-34 전차를 상대할 무기들을 철수했고, 이는 전쟁 초기 한국군이 부산까지 후퇴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뒤늦게 참전한 미군은 유엔군의 주력으로 큰 역할을 해 대한민국을 공산화에서 지켰다. 이후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지구상 유일한 상호동맹 체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조약은 여러 불평등한 요소를 안고 있다.
첫째, 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한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면서 방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주한미군이 미국 세계전략의 발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유엔안보리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미국이 자의로 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일본과 필리핀은 무력 충돌 시 유엔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다.
셋째, 미국이 군사기지를 요구하면 한국은 이를 허용해야 하고, 이 조항으로 평택 미군기지는 해외 최대 규모가 됐다. 필리핀은 자국 군 기지 안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도록 주도권을 보장받는다.
넷째, 조약 유효기간이 한국은 무기한인 반면 일본과 필리핀은 10년으로 규정돼 재협상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일본과 필리핀은 수시 협의가 가능하나 한국은 그런 조항이 없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 국방비를 GDP의 5%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이는 NATO에 요구하던 기준을 아시아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급격한 증액은 다른 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으며, 한국을 점령지로 보는 인식의 연장선이라는 의문도 남긴다. 실제로 1945년 미군은 38도선 이남 조선 땅을 ‘점령지’라 선언하고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불렀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이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시대에 맞게 다시 손봐야 한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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