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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손영아 ‘마음의 기억..흔적’이 묻다 “감정은 지워질 수 있는가. 기억은 데이터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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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억

감성과 기술 사이에서 인간을 묻다

손영아의 <마음의 기억…흔적>은 “감정은 지워질 수 있는가. 기억은 데이터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서 출발해, 기술과 감정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마음의 기억>은 그가 꾸준히 천착해 온 주제인 ‘기술 시대의 인간성’에 대한 응답이다. 삭제 가능한 데이터와 삭제 불가능한 감정, 통제되는 알고리즘과 통제할 수 없는 마음. 손영아는 이 대비를 통해,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깊이를 비추는 도구일 수 있다는 시선을 펼쳐낸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거대한 SF적 음모에 휘말리는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의 혼란 속에서 선택을 유예하고, 흔적을 지우거나 되살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손영아는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흔적이 삭제될 수 있는 시대에, 가장 지워지지 않는 것은 마음의 기억이다.”

<마음의 기억>이 단지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적 설득력을 지닌 서사로 완성된 데에는, 감수자 신경섭의 기술적 기여가 있다. 성악 전공 후 음악 평론가이자 문화 기획자로 활동 중인 손영아의 글은 데이터 아키텍처와 자동화 시스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전략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기술 전문가 신경섭과 만나 빛을 몇 배 더 발휘한다.

신경섭은 이 작품에서 기억의 저장, 삭제, 복원이라는 서사를 데이터 시스템의 논리로 치환해 설계하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데이터베이스에서 흔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스템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본질”이라고 말한다. 이 기술적 정의는 소설 속 주요 인물의 행동-감정을 지우려는 하루, 그것을 복구하려는 킹-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는 감수 노트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SF가 아니라, 기억을 다루는 모든 존재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며, 기술적 개념이 문학 안에서 어떻게 윤리적 사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짚는다.

<마음의 기억>은 손영아의 감성적 시선과 신경섭의 기술적 시야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감성 테크 픽션이다. 기술과 문학, 공감과 논리가 함께 직조한 이 소설은, 디지털 시대의 독자에게 진정으로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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