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RSF), 교황 레오 14세에 전세계 수감 기자 567명 석방 촉구

세계 각지에서 언론 자유를 지키려다 구속된 언론인이 6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국제 언론감시기구 국경없는기자회는 최근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에게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과 페루 이중국적자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으로 최근 교황좌에 오른 레오 14세는 첫 연설에서 “자유로운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하느님이 인류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며 언론 자유를 강하게 옹호하고, “진실을 보도하려다 감옥에 갇힌 언론인들에 대해 교회는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RSF는 5월 14일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 감금된 567명의 언론인 석방을 위해 교황청이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교황에게 5가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2025년 5월 17일 현재 전세계 언론인 수감자(567명)는 다음과 같다.(자료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인보호위원회)
△중국 121명 △미얀마 69명 △이스라엘 39명 (대부분 팔레스타인 언론인) △베트남 38명 △벨라루스 31명 △러시아 30명 △이란 17명 △에리트레아 16명 △아제르바이잔 13명 △이집트 13명 △터키 13명 △ 사우디아라비아 10명 △에티오피아 8명 △인도 7명 △타지키스탄 7명 △나이지리아 4명 △세네갈·튀니지·알제리·수단·필리핀·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쿠바·바레인·모로코·르완다 등 기타 국가 각 1~3명
수감 언론인과의 직접 면담 촉구
RSF는 교황이 해외 순방 시 해당국의 감옥에 수감된 언론인을 직접 방문하거나, 바티칸을 통해 이들과의 접촉을 시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세계 언론 자유의 중재자”로서 교황의 위치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교구 차원의 연대 행동 장려
교황청 산하 전 세계 추기경과 주교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언론인 수감 상황을 파악하고, 연대 방문이나 인권 촉구 선언 등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제안했다.
교황 회칙 발표로 언론자유 교리화
교황이 새로운 회칙을 통해 언론 자유, 정보 접근권, 허위정보 대응의 중요성을 명문화하면, 가톨릭 사회 전반에 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존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 협약 동참
RSF는 교황 레오 14세가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 파트너십’에 서명함으로써, 허위정보와 정보 억압에 맞서는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길 요청했다.
AI 시대의 정보 진실성 보장에 교황청이 앞장서야
특히 AI에 의한 허위 정보 유통이 급증하는 지금, 교황청이 ‘진실을 옹호하는 정보 생태계’를 위한 글로벌 윤리 기준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황청과 언론, 불편했던 과거에서 신뢰의 미래로
RSF는 과거 바티칸과 언론 간에 발생했던 갈등 사례들을 상기시키며, 레오 14세의 초기 행보가 이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2016년 ‘바티리스크 2’ 사건 당시, 이탈리아 언론인들이 바티칸 재정문제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대표적인 예다. RSF는 “언론인이 교회에 질문할 수 있고, 교회는 이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황청의 투명한 소통을 강조했다.
2013년 취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언론인의 자유는 우리 모두의 자유를 증진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제한적 태도와 실제 적용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존재했다.
RSF는 레오 14세가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교황”으로서, 수감 언론인의 고통에 응답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자유 언론 없는 평화는 공허하며, 진실을 말하는 자들이 감옥에 갇힌 세상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의 곁에 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RSF의 티보 브뤼탱 사무총장은 “교황이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 세계 언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며, “교황께서 진실을 지키는 편에 서실 수 있도록 우리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