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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희범 ‘유럽통합론’…유럽의 길에서 한국의 길을 찾다

유럽통합론

“유럽연합(EU)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평화를 제도화한 기적의 프로젝트다.”

2008년 봄 아시아기자협회는 제1회 ‘아자 조찬포럼’을 열고 이희범 당시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연사로 초청했다. 무역협회장 직전 산업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뜻밖에도’ 유럽연합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의 <유럽통합론>(법문사, 2007년 개정판)을 다시 읽으며 당시 이 회장의 ‘유럽통합론’은 우리가 좇아야 할 탁견임을 다시 이해하게 됐다.

이 책은 유럽통합의 역사와 제도, 정책과 전망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국내 대표 유럽연합(EU) 연구서다. 초판 발간 10년 만에 출간된 개정판은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유로화 도입 등 유럽통합의 새로운 지형을 반영하며 한층 깊어진 분석을 선보였다.

유럽통합의 이론과 실제, 입문서 이상의 가치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럽통합의 역사적 배경부터 EU의 기구와 공동정책, 대외관계, 그리고 한국과 EU의 관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이사회,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등 EU의 복잡한 기관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 공동통상정책이나 농업정책 등 주요 정책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부분은 단순한 개론서를 넘어선 깊이를 보여준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전후 유럽이 분열과 전쟁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을 걸은 데는 제도적 지혜와 정치적 결단이 있었다”며, 통합의 배경과 당위성을 강조한다. 한-EU 관계에 관한 장에서는 한국이 유럽통합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누구에게 유익한 책인가?

이 책은 유럽 지역학, 국제정치, 통상정책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기본서로서 유용하다. 동시에 외교, 통상, 국제기구 분야의 실무자들에게도 필수 참고서로 꼽힌다. EU와의 협력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제도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인이나 EU 법령 및 정책에 민감한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하다.

<유럽통합론> 개정판의 가장 큰 강점은 포괄성과 실용성이다. 저자가 EU대표부 상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녹여낸 서술은 이론적 설명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EU의 여러 제도와 정책을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통합의 실제 작동 방식까지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개정판이 출간된 2007년 이후 브렉시트(2020), 유럽 재정위기(2010년대), 리스본 조약(2009년) 등 중대한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후속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유럽 시민 정체성, 이민 문제, 문화적 통합과 같은 사회문화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이론과 실무 완벽하게 잇는 드문 관료 출신 CEO

저자인 이희범은 통상 분야의 실무 경험과 이론적 통찰을 겸비한 보기 드문 행정가이자 학자다. 산업자원부 장관, 무역협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했고, 브뤼셀 주재 EU 대표부에서 활동하며 유럽통합의 실체를 직접 경험했다. 그가 정리한 유럽통합론은 학문적 기초와 실천적 응용을 함께 담아낸 귀중한 작업이다.

유럽을 넘어, 동아시아 협력의 거울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유럽통합의 경험이 동아시아 지역협력에도 교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국익 충돌을 넘어 제도화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조건과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유럽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동북아는 여전히 냉전적 구조 속에 있다. 이희범의 <유럽통합론>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분열과 경쟁의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가? 유럽의 통합이 ‘전쟁을 잊는 기술’이었다면, 동아시아의 미래는 그 기억 위에 어떤 구조를 세울 수 있을까?<유럽통합론>은 유럽연합(EU)의 형성과 발전, 기구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대표적인 EU 연구서이다. 이 책은 초판(1997) 출간 10년 만에 나온 개정판으로, 달라진 유럽 통합의 환경을 반영하여 내용을 대폭 보완하였다. 유럽 통합의 역사적 배경부터 최신 통합 동향까지 폭넓게 분석하여 학계와 실무에 두루 참고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유럽연합과 유럽통합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책의 목차를 소개한다.

제1장 유럽통합의 배경

제1절 전쟁 속의 유럽역사
제2절 유럽통합의 필요성과 통합논의

제2장 유럽의 통합과 확대
제1절 유럽연합의 발전과정
제2절 유럽경제지역의 설립
제3절 유럽의 확대
제4절 유럽의 정치통합
제5절 유럽의 통합과 확대 전망

제3장 유럽연합의 기구
제1절 이사회
제2절 집행위원회
제3절 유럽의회
제4절 사법재판소
제5절 기타 기구

제4장 유럽연합의 예산과 의사결정

제1절 유럽연합의 예산
제2절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제3절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협력과 갈등

제5장 유럽연합의 공동정책

제1절 공동통상정책
제2절 공동농업정책
제3절 재정·금융정책
제4절 과학기술정책
제5절 경쟁정책
제6절 산업정책
제7절 기타 주요정책

제6장 유럽연합의 대외정책

제1절 유럽연합의 대외교섭
제2절 미국과의 관계
제3절 아시아 정책
제4절 개도국과의 협력관계

제7장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의 관계

제1절 외교관계
제2절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의 경제·통상관계
제3절 한국과 유럽연합 관계의 발전

제8장 유럽통합의 영향과 대응

제1절 유럽통합과 지역주의
제2절 지역통합의 형태
제3절 지역통합의 영향과 대응전략

부록 (Appendix)m.yes24.com

서평자의 덧붙이는 말

2008년 저자의 제1회 아자 조찬포럼의 울림은 필자에게 컸다. 아시아기자협회는 그해 가을 정기총회에서 아시아연합(AU)을 아자의 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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