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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지문 번역 ‘민주주의 구하기’..”극단의 시대, 시민이 희망이다”

민주주의 구하기

한국 사회는 현재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정치적 편가르기, 공적 신뢰의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야, 진보와 보수, 세대 간 단절 등 어느 영역에서나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에서 <민주주의 구하기: 미국에서 날아온 하나의 혁신적 개혁모델>(글항아리, 2014.6.20, 케빈 올리어리 지음, 이지문 옮김)은 시민의 참여와 공동체 회복을 통해 민주주의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제시한다.

이 책은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케빈 올리어리가 저술하였으며, 한국어 번역은 이지문이 맡았다. 저자는 미국 내에서 시민들이 주도한 성공적인 민주주의 개혁 사례들을 소개하며, 시민의 무력감과 정치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도 공동체 중심의 참여와 연대가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책은 서문, 본문 9장, 결론, 옮긴이의 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미국 각지에서 일어난 다양한 시민운동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본문은 민주주의의 위기 진단,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 분석과 공동체의 힘을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담고 있다. 결론에서는 이러한 시민운동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옮긴이 이지문은 한국의 정치문화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는 “한국도 극단주의와 대결정치로 민주주의의 건강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미국 시민사회의 경험은 시사점이 크다”고 밝혔다. 이지문은 예비역 중위 출신으로, 1991년대 군부재자 부정투표를 고발하며 공익제보자로 주목받았고 이후 참여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해 왔다. 그는 책을 통해 단순한 번역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실천적 가이드를 제시한다.

역자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박사학위 논문으로 추첨민주주의 연구를 한창 진행할 때였다. 주제는 지방의원 및 국회의원을 추첨으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옮긴이가 주목한 것은 인민원 자체의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추첨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추첨으로 선발된 보통시민에게 일정한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자는 제안은 저자를 포함한 일명 예일학파의 큰 흐름 속에 있다.(중략) 예일학파의 핵심 통찰은 추첨으로 선택된 시민이 대의제의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 심의할 수 있고, 그 심의의 결과가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이뤄진 결정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하략)”

아직 낯선 방식이자 개념이지만 곰곰히 생각할 만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출간된 지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책에서 강조하는 시민 주도 민주주의, 공동체 회복, 자발적 참여는 정권과 이념, 시대를 넘어서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미국 사례는 지역주민이 교육과 행정에 개입하고, 미디어를 감시하며, 정치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오늘날 한국에서 청년세대, 지방자치, 시민단체 등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정치학자, 시민운동가, 지역활동가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큰 영감을 줄 수 있다.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정치 권력 중심의 변화가 아닌, ‘생활 정치’와 ‘시민의 실천’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민주주의 구하기>는 지금도 eBook으로 재출간할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청년 세대나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기기에서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제공된다면, 더 많은 대중에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QR 코드와 링크 기능 등을 활용해 관련 시민운동 단체나 자료로 연결된다면 학습 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저자 케빈 올리어리는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왔다. 그는 특히 시민 주도의 정치 개혁과 공동체 중심의 민주주의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 이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 구하기: 미국에서 날아온 하나의 혁신적 개혁모델>은 시민의 참여와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민주주의를 구하는 길을 제시하는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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